자린고비
상태바
자린고비
  • 운영자
  • 승인 2005.01.2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창 교수 / 천안대학교


‘자린고비’란 매우 인색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충청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해 겨울, 자린고비의 집에 숙부가 하룻밤을 묵고 가게 됐다. 저녁 때가 되어서 밥상이 들어오는데, 밥상 위에는 그릇 세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둘은 죽그릇이고, 다른 하나는 간장 종지였다. 죽은 멀건 것이 낟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물뿐이었고, 간장은 마치 소태처럼 짠 것이었다.

숙부는 몹시 불쾌했다. 조카 되는 자린고비가 아주 인색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숙부는 화를 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숙부는 죽을 한 번 떠먹을 때마다 간장을 한 번씩 찍어 먹었다. 그러자 밥상 맞은 편에서 죽을 먹고 있던 자린고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숙부님께서는 간장을 몹시 좋아 하시는군요” 하고 말했다.

자린고비는 숙부가 간장을 자주 찍어 먹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숙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있었다. 그러나 소리는 지를 수 없고 화풀이는 해야겠기에 웃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숙부님, 진지 드시다 말고 왜 이러십니까? 바깥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하고 자린고비가 말했다.

“추운 줄은 나도 알고 있어. 죽 속에 낟알이 하나도 안 들었기에 죽 속에 들어가서 낟알 좀 찾아보려고 웃옷을 벗는다” 하고 숙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자린고비는 “한여름 같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겨울에 물 속에 들어가시면 감기 드십니다. 내년 여름에 오셔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참으셔야 합니다”하며 옷을 입혀드렸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