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읽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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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읽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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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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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 산상설교


교수 / 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마태복음 5~7장에 기록된 첫번째 설교를산상설교, 혹은 산상수훈(山上垂訓)이라고 부른다. 이 설교 혹은 강화(講話, discourse)는 마태복음에 기록된 다섯 편의 설교 중 첫 번째로 이후 마태복음의 모든 설교의 서론이면서 기본 혹은 기초로 알려져 있다.

누가복음에도 이와 유사한 설교가 등장하는데(6:20~49), 주님이 평지(平地)에서 강론하였다 하여(6:17), 평지설교(the Sermon on the Plain)라고 부른다. 두 설교에는 유사한 내용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복음서 기자 각자의 신학이 반영되어서 유사하면서도 각 복음서의 독특함을 여실히 유지하고 있다. 즉, 누가복음에는 사회복음(social gospel)으로서의 특성이 반영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와 부자들에 대한 비판이 특히 부각되는 반면, 마태복음에는 천국 시민으로서의 도덕적 성품이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산상설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말이 옳다면 산상설교는 천국 입회(入會) 조건으로서 또 다른 율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신·구약 성경의 율법이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의 구별된 삶의 방식이듯이, 산상설교 역시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새 이스라엘인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인 것이다.

산상설교의 이러한 특징은 설교가 주어진 문맥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살핀 바대로, 산상설교 앞에는 주님의 사역에 대한 보고가 나온다. 보고의 주 내용은 주님의 복음 선포와, 각색 병으로 앓는 자들과 귀신 들린 자들에 대한 치유이다. 그리고 이처럼 주님의 설교를 듣고, 병 고침을 받은 무리들을 대상으로 하여(마 5:1) 이 설교가 전달된다는 것은, 주님의 선포와 치유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 나라의 은혜와 권능을 이미 체험한 사람들에게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인 것이다.

그러므로 산상설교는 아직 구원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원 받아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체험한 성도들이 이 땅에서 천국 시민으로서 취해야 할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산상설교를 그리스도인들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방식의 핵심은 당대의 서기관이나 바리새인들의 그릇된 율법 해석에 근거한 의를 초월하는 ‘더 나은 의’(better righteousness)로 요약된다(마 5:20). 이것은 오늘날 성도들의 삶의 방식이 불신자들의 그것보다 도덕적으로 더 나아야 한다는 명제의 근거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산상설교가 무리가 아니라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하며(마 5:1,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그리스도인 일반이 그 대상이 아니라 특별히 제자로 부름 받은 교회 지도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교훈으로 간주함으로써 산상설교의 보편성을 제한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설교의 말미에 설교를 듣고 반응을 보인 자들이 ‘무리’임을 고려할 때(마 7:28) 이런 주장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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