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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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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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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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 모세와 바로의 싸움

모세가 바로에게 자기 백성을 이끌고 광야에 가서 하나님을 섬기는 절기를 지키겠노라고 말한다(출 5:1). 이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사흘 길을 가서 광야에 진을 치고 야훼 하나님을 위한 축제를 벌이겠다니, 이것은 그냥 넘어 갈 일이 아니다. 모세는 지금 이스라엘의 독립을 선포하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자기 민족의 신을 자유롭게 섬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주체성이 확립되었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경우 그 나라의 신을 섬겨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제 자기들의 신 여호와를 섬기러 가겠다는 것이다. 그 신은 이집트의 신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탈출하여 새롭게 맞이할 광야의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함께 광야 생활을 하실 것이다.

싸움은 시작된다. 모세와 아론 단 둘이서 이집트 왕 파라오를 상대한다. 모세와 아론 뒤에는 야훼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시면서 승리를 안겨주지만, 파라오는 도움되는 신하 한 명 없이 당하기만 한다. 이집트의 술객과 박사들도 야훼의 권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파라오는 쉽게 항복하지 않는다.

강물이 피로 변하는 재앙, 개구리, 이, 파리, 악질, 독종, 우박, 메뚜기, 흑암 등에 의한 재앙이 이집트 전역을 무력화시키지만 파라오의 마음은 강퍅해지기만 한다(출 7:20~10:29). 마침내 이집트의 장자(長子)를 모두 죽이는 엄청난 재앙이 파라오에게 닥친다. 이집트의 장자가 죽는 동안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장자에게 재앙이 닥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발랐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유월절(Passover)제도가 생긴 것이다.

늘 당하기만 했던 이스라엘로서는 이집트에 내린 재앙보다도 더 통쾌한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교회마다 출애굽기 설교가 인기를 누렸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힘으로는 누를 수 없는 제국주의의 횡포를 이렇게 해서라도 무찔러야 시원하다. 파라오는 힘있는 자의 대명사요 하나님은 약자의 친구이시다.

우리는 그 파라오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이집트의 왕이라는 사실 외에는. 파라오는 힘과 권력의 상징이요 인간을 억압하는 불의(不義)의 대명사이다. 그 파라오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멸망해야만 한다. 하지만 약자들은 어떻게 하랴! 오직 하나님의 심판만을 고대할 뿐이다.

출애굽 과정에서 발생한 재앙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파라오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 한들 하나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요 결국 패하게 된다. 하나님이 선택한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파라오는 결국 심판을 받는다. 동시에 파라오와 같은 강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아무리 고집을 부려봤자 결국은 하나님의 뜻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특이한 것은 재앙의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며 그에 따라 파라오의 마음도 강도를 더해 간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나를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님의 심판도 어디까지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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