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인한 인간성 상실 우려 … ‘인간의 존엄’ 외치는 교회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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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인한 인간성 상실 우려 … ‘인간의 존엄’ 외치는 교회가 대안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1.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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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AI가 묻고 한국교회가 답하다 (끝) AI와 더불어 살기

하늘에는 건물들이 떠다니고 불과 몇 분이면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알약 하나로 모든 배고픔이 해결되고 번거로운 일은 로봇과 기계에 맡긴다. 어릴 적 과학 시간에 어렴풋이 상상하던 미래의 모습이다. 꿈만 같던 상상 속의 모습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사람의 일을 대신 척척 해내는 인공지능, 생성형 AI의 등장이 그 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전기의 발명 전과 후로 인류 문명이 전혀 달라졌고 인터넷의 발명 역시 그러했듯 우리는 다시 한번 문명의 전환점이 될 인공지능 시대의 출발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과도기에 선 우리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신년 기획 마지막 주차에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달라질 미래사회의 모습을 조심스레 전망해봤다.

AI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일자리 상당수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 인해 여유 시간이 늘어날수록 본질적이고 종교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DALL·E)
AI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일자리 상당수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 인해 여유 시간이 늘어날수록 본질적이고 종교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DALL·E)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회

당장 대두되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AI가 단순한 사무업무를 담당하며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례는 진작부터 관찰되고 있다.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업무 효율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수기로 모든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보다 업무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른 것과 같은 원리다. 디플러스 정원혁 대표는 “AI가 존재하는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진 않을지라도 AI를 잘 활용하는 소수가 그렇지 못한 다수의 일자리를 뺏는 모습은 가까운 시일 내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한 난이도가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걸어만 다니던 사람이 말을 타는 데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차를 끌던 마부가 자동차 운전사가 되는 일도 해볼 만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일자리 시장을 뒤흔들더라도 조금만 공부하고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AI를 활용하기 위한 공부는 궤가 다르다. AI를 제대로 쓰는 일은 단순히 운전을 배우는 수준이 아닌 상당한 학습을 필요로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 역시 창출해낸다. 자동차의 등장은 마부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그 대신 운전수를 비롯해 자동차 생산공장, 정비공, 도로 건설 등 수많은 대체 일자리를 파생시켰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지금까지 관찰됐던 기술 혁신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AI의 등장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게 될 테지만, AI 산업이 이를 대체할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진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결국 우리는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일자리를 가지고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탈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로봇세’(Robot Tax)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사람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원혁 대표는 “이제 점점 사람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게 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인간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인류 전체의 생산성이나 소득이 줄어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대신 더 늘어난 부와 재화는 기술을 소유한 소수에게 돌아간다. 이전보다 부의 편중이 비교할 수 없이 심해지는 것”이라면서 “로봇세는 이를 회수해 인간의 기본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자동화로 인해 노동이 줄면서 함께 줄어든 세수를 확보할 수도 있고 자동화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환경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포털사이트 ‘구글’에 검색 한 번을 하는데 전기료가 0.3원 정도 사용된다면 같은 내용을 챗GPT에게 물어보는 데는 전기료 500원이 필요하다. 어림잡아도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에 비해 약 1,500배 이상의 전기를 소요하는 셈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하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이 없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중심 잡힌 가치관 제시해야

다음세대의 ‘탈종교화’ 흐름이 심상치 않다. 서구 사회의 기독교 문명, 소위 크리스텐덤이라 불리며 교회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때와 비교하면 점점 더 심화되는 추세다. 그래서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들이 종교를 버리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감신대 장재호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장 교수는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하는 사회가 오면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더욱 본질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바쁜 직장인들이 평소 생각해보기 힘든 질문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죽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들에 더 관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초월적인 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 교수는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현실을 초월하는 관계가 일상이 된다면 초현실적이고 초월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도 쉽게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교회 환경이 쇠퇴할 것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더 비전을 제시하고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윤리적 쟁점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적지 않다. AI가 인간의 일을 상당수 대체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리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 많은 이들이 직업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AI의 인간 역할 대체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교회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임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인간 존중의 문화를 이끌 수 있다. 조성실 목사(소망교회 부목사)는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인간 간의 소통과 연결의 약화라는 중요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인간화(dehumanization)와 인간성 상실을 경계하며 교회가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가치와 역할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혁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교회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사회 문화와 제도를 선도하는 크리스천이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교회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했던 일들은 혁신 그 자체였다. 양반 상놈의 신분을 없애고 여성 인권을 세웠다.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앞서 도입했던 곳이 교회였다”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게 됐을 때 세제는 어떻게 할지, 법률은 어떻게 할지, 부의 편중 문제와 환경 문제는 어떻게 할지 과제가 산더미로 남아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초원 김민준 대표는 교회 사역, 특히 청년들을 위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제가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사람들을 옮기며 숨가쁜 순간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목숨을 잃은 이들 중 천국에 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들 중에는 정말 예수님을 믿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손길을 내민 사람이 없어서 이대로 떠나간 청년들도 많을 것”이라면서 “이단 종파에서는 AI 활용을 위해 기술팀을 만들어 연간 수십억을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귀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예수를 알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청년 세대를 위해 AI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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