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언약을 기억하시는, ‘여호와 하나님’만을 의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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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언약을 기억하시는, ‘여호와 하나님’만을 의지하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9.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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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87호 /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00) - “애굽은 본래 이스라엘 족속에게 갈대 지팡이라” (겔 29:6)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애굽 즉 이집트는 고대 근동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홍수와 가뭄을 예측하기 어렵고 부침하는 세력들 간의 전쟁이 잦았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반해, 이집트는 나일강 삼각주의 비옥한 농토와 상대적으로 고립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대체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며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라미드를 비롯한 웅대한 건축물, 미라와 호화로운 귀금속은 물론, 인류사에 남는 위대한 발명인 히에로글리프 상형문자, 그리고 일상의 지혜로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사색을 아우르는 방대한 저작물 등 이집트의 자부심이 될만한 업적은 차고도 넘칩니다. 물론 그들의 찬란한 문명을 뒷받침하는 제국의 힘은 다른 나라들의 정복과 수탈이 없이는 불가능했기에 수많은 나라들이 직간접으로 그들을 섬겨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내내 지속되었던 이집트와의 교류는 우호적인 상호협력에서 일방적인 착취관계, 그리고 계약을 빙자한 주종관계를 아우릅니다. 애굽의 총리직에 오른 요셉에 기대어 시작된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거주는 자유로운 이주로 시작되었지만(창 46:28~34), 오래지 않아 차별과 고립을 지나 영속적 노예화로 굳어지고 맙니다(출 1:8, 11). 거대한 토목사업의 노역에 지친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사무쳤을 때 여호와께서 그 조상들과의 언약을 ‘기억하시고’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모세를 부르시고 보내십니다. 열 번의 재앙과 홍해를 건너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로 다시 태어나고, 이 과정은 이스라엘 민족의 자기정체성을 규정하는 토대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히며 우리에게 중노동을 시키므로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신 26:6~9).”

역사를 보면 식민지배를 받은 이들이 자신들의 지배국에 대해 증오와 동경의 양가감정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집트의 물자와 기술, 인력에 의존한 솔로몬의 국가 발전 사업 이래로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도움을 청한 것이 여러 번이지만, 특히 앗수르와 바벨론의 침공으로 국가가 위태로웠을 때는 이집트의 개입과 파병을 간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지키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은 여러 예언서에 기록되어 있지만(사 30:3; 렘 46:25 등), 에스겔의 예언은 애굽을 향한 경고의 문맥 안에서 이 교훈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애굽의 바로 왕이여 내가 너를 대적하노라 너는 자기의 강들 가운데에 누운 큰 악어라 스스로 이르기를 나의 이 강은 내 것이라 내가 나를 위하여 만들었다 하는도다(겔 29:3).” 하나님이 만드신 강에서 하나님이 주신 물고기를 얻어먹고 사는 존재임을 잊은 악어, 그것이 애굽이라는 풍자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강에서 끌어내어 들판에서 던져 말라죽게 하시면, 그 고기는 들짐승과 공중의 새 먹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 ‘악어’의 운명을 지켜본 자들은 여호와가 참 신이시며, 이집트는 의지할 수 없는 ‘갈대 지팡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4~6절). 돈과 힘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 하나님만이 의지할 분이시고 다른 것은 모두 갈대 지팡이라고 믿는 이들을 그분께서 찾고 계십니다. 그들을 통해 역사를 바꾸시고 그분의 나라를 열어가시기 위하여.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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