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피리우스(Porphyrius, 232~ C. 305): 기독교를 비판했던 또 한 사람의 그리스 철학자는 포르피리우스였다. 신플라톤주의자로서 레바논의 남부의 도시인 티레에서 출생했는데, 이곳은 지중해 해안 도시로 시돈에서 40km, 베이루트에서 80km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이곳을 ‘두로’라고 번역했다. 현재 이곳은 레바논의 네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이며 고대 유적이 많고, 이곳에 있는 히포드롬(Hippodrome, 경마장 혹은 전차 경기장)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포르피리우스의 본명은 말쿠스(Malchus)였는데, 아테네의 카시우스 롱기누스(Cassius Longinus, 213~273) 휘하에서 공부하였다. 롱기누스는 그리스 수사학자이자 철학자였는데, 아테네 출신으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이교도였던 암모니우스 사카스와 오리겐(Ammonius Saccas and Origen) 휘하에서 공부하고 아테네에서 30년간 가르쳤다. 포르피리우스는 이때 그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포르피리우스는 262년 로마로 가서 철학자 플로티누스(205~270)의 제자가 되었다. 플로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저명한 철학자였다. 그래서 포르피리우스는 플로티누스의 제자이자 사상적 계승자가 되었고, 후에는 플로티누스가 남긴 54편의 글을 ‘엔네아데스’(Ἐννεάδες, The Six Enneads) 라는 제목으로 편집하게 된다. 54편의 글을 내용상 9개씩으로 정리하고 전체를 6권이 되게 편집하였기 때문에 ‘엔네아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엔네아데스’라는 말은 ‘9’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엔네아’의 복수(複數)이다. 따라서 각 권(卷)은 ‘엔네아’라고 불리며, ‘엔네아데스’는 책 전체를 지칭한다.
그는 그리스어로 문필활동을 했는데,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여러 작품을 남겼다. 논리학이나 철학적 주제는 물론이지만 수학, 심지어는 음악이론에서부터 호머(Homer)와 같은 고전 작가들에 대한 글도 있고, 로마시대 신비종교인 미트라스 교에 대한 <님프의 동굴에 대하여 De antro nympharum>라는 글도 남아 있다. 그리고 채식주의에 대한 <육식의 기피(忌避)에 관하여 De abstinentia> 같은 글이 있는데, 그 자신이 채식주의자였기 때문에 이런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의 논리학이나 철학에 대한 글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중세기의 표준적인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그는 플로티누스의 충고로 시실리로 가서 5년간 체류하며 정신적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 후 로마로 돌아가 철학을 강의하며 기원 300년에는 플로티누스의 전기라고 할 수 있는 <플로티누스의 생애 Life of Plotinus>라는 책을 썼다. 이런 점을 보면 그는 플로티누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포르피리우스는 독창적인 사상가라기보다는 철학과 종교사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얌블리쿠스(Iamblichus, c. 250~330)와 프로클루스(Proclus, 410~485)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얌블리쿠스는 시리아에서 철학을 가르친 인물인데, 후기 플라톤주의 중심 인물이 되었고, 그는 후에 스승인 포르피리우스의 전기를 썼다. 프로클루스는 5세기 아테네에 있는 플라톤 아카데미를 인수했던 인물로서 아주 중요한 신플라톤주의자였다. 포르피리우스는 후년에 일곱 남매를 가진 과부 마르셀라(Marcella)와 혼인했다고 한다. 그의 사망 시기는 305년경으로 추정된다.
앞에서 소개한 바처럼 포르피리우스는 60여 권의 작품을 남겼는데 일부는 남아 있고 또 일부는 완전히 소실되었다. 그의 저서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15권으로 구성된 <기독교를 반대함 Adversus Christianos Against Christians>이라는 책인데, 이름 그대로 기독교를 비판한 작품이다.
백석대·역사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