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죽음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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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죽음은 일반적이다
  • 최윤정 웰다잉 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7.1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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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17

영화 <굿바이>

‘오늘은 내가 내일은 당신이.’ 어느 공원묘지에 적혀있는 글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간다. 누구나 알 수 없는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있다. 하지만 죽어간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하나다. 모든 이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공평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반적이다. 하지만 죽음을 다루는 직업은 일반적이지 않다. 영화 <굿바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을 이야기한다.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는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면서 고향 마을에 내려와서 죽은 자를 납관하는 직업을 택한다.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직업에 책임을 다한다. 첼로를 전공한 그의 손길에 따라 죽은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살아난다. 처음에는 납관사라는 직업을 부끄러워했지만, 납관 회사의 대표와 함께 일을 배우며 직업에 매료되어 간다. 먼저 떠난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가장 아름답고 평온하게 단장하며 품위를 잃지 않는 납관사로서의 직업에 만족하고 책임을 느낀다.

어느 남편은 죽은 부인을 경건하게 염하고 새 의복을 갈아입히는 다이고의 납관 과정에 감동받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후에 다이고의 아내 역시 남편이 고인을 대하는 태도에 감동을 받아 남편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고, 영화 결말에서는 어린 다이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아버지의 시신을 직접 염하면서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을 털어낸다. 그리고 새로 맞이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와 눈물을 흘리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내내 고급스러운 첼로 선율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듯 경건하게 고인을 대하는 다이고의 손길이 어우러진다. 일반적인 죽음과 일반적이지 않은 죽음을 다루는 직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합쳐지길 바라는 듯한 선율이 흐른다. 많은 일반적인 죽음을 보면서 살아있는 사람은 계속 생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타인의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간다.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 등의 직업이 그러하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독특한 직업을 가진 출연자가 나왔다. 그의 직업은 유품정리사 김완, 책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작가이기도 하다. 전직 시인이었던 까닭인지 문장 한 줄 한 줄이 시처럼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의 죽음 이야기와 그들의 유품을 정리하며 느낀 점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죽은 형이 묵었던 방에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흐느끼는 동생을 보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자신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전기분무기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그도 따라 운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삶을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덧없다’라고 답한다. 수많은 죽은 이들이 떠난 곳을 청소하면서 그가 느낀 짧은 답이다. 죽은 이들의 삶의 마지막은 그리 특별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더군다나 주로 고립되어 혼자인 이들의 삶이 모든 면에서 고달프고, 슬픈 삶으로 마감된다. 영화 <굿바이>의 납관사와 유품정리사는 죽음 이후의 과정을 담는다. 그들은 먼저 떠난 이를 납관하며, 그들이 묵었던 곳을 청소하며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들의 삶을 유추해가며 고인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배웅해주는 면에서 비슷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타인의 죽음 이후를 다루는 직업을 이들 모두가 일반적인 죽음과 더불어 살아간다. 우리 역시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 죽은 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혐오스럽거나 두려운 존재가 아닌 생을 열심히 살다 떠난 ‘일반적인 존재’라고 말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은 영화에서 홀로 죽어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더 갖는다. 누구나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다행히 복지혜택이라는 사회적 그물망이 되어있어서 독거하는 어르신을 찾아보고 전화해주고 안부를 물어준다. 그나마 다행이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면 좋겠다. 홀로 사는 이들이 고립되거나 고독하지 않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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