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소금’, ‘어두운 빛’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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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소금’, ‘어두운 빛’은 아닐까”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7.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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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48)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파리 시내 웬만한 곳에서는 에펠탑이 보인다. 그런데 안 보이는 곳이 한 군데 있으니, 바로 에펠탑 안 커피숍이다. 우리나라 도심에서는 예배당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예배당이 보이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예배당 안이다. 교회 안에서는 교회가 보이지 않는다. 교회 바깥으로 나가야 교회가 보인다. 이런 걸 ‘메타인지(Meta 認知)’라고 한다. 제3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필자가 섬기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은 용산에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오면서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이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서울 여러 건물을 알아보던 중, 후보지 서너 곳을 찾아냈다. 그런데 계약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세입자가 기독교단체라며  임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 그것도 세 군데 모두. 요즘 기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이런 것 같다. 

어떤 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낮으면 전도도 어렵고 활동에도 제약이 온다. 과연 개신교인이 아닌 이들은 개신교에 대해 얼마나 호감을 가질까? 2022년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100점 만점에 25.4점으로 나왔다. 불교는 66.3점, 가톨릭은 65.4점. 2022년 한국리서치의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긍정 20점. 부정 62점. 신뢰도도 마찬가지. 여러 조사를 종합해보면 2020년 31.8%에서 2021년 20.9%, 2022년 18.1%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오늘도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하나 접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2년부터 5년마다 실시해온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결과다.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를 뺀 다른 종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1위는 불교(32.9%), 2위는 가톨릭(29.9%), 3위는 유교(11.3%), 4위는 개신교(6.8%)로 나타났다. 그 뒤로 샤머니즘(3.9%), 이슬람교(2,9%)가 이어졌다. 6.8%, 참혹한 결과다. 

개신교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달라지고 있다.(한목협 조사) 2012년에는 매스컴의 보도(1위), 주변 교인들의 언행(2위)으로 봤는데, 5년 후에는 주변 교인들의 언행,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의 언행으로 봤다. 2023년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교인들의 언행,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이 교회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교회를 바라보는 개신교인들과 비개신교인들의 시각차도 너무 크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문항에서 개신교인들은 73.9%가 기여한다고 보는데, 비개신교인들은 18.4%만이 기여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개신교 신뢰도 조사(2022년 국민일보)에서도 비개신교인은 9%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개신교인은 64%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앞서 말한 ‘메타인지’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신뢰도 추락 원인은 교인들과 
목회자, 지도자들의 언행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우리 사회에 갈등이 심하다. 온 국민이 정치인이 되어 찬반 논쟁으로  시끄럽다. 바다에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은 물론이고 소금도 오염될 수 있다. 소금이 오염되면 모든 음식물, 인체도 오염될 수 있다. 소금값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이 이는 이유다. ‘월급쟁이’를 말하는 ‘샐러리맨(salrary man)’은 로마시대에 군인들에게 돈 대신 월급으로 준 소금(살라리움:salarium)’에서 유래되었다.  

주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소금, 그리고 세상의 빛 역할을 당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 5:13~15) 

소금은 제 맛을 지켜야 가치가 있다. 맛을 잃거나 오염되면 쓰레기로 버려진다. 과연 오늘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소금 역할을 하고 있는가? 빛의 역할은 자체 발광이 아니라 주위를 밝히는 데 있다. 빛이 광도(光度)를 잃으면 주위를 밝히지 못한다. 옳고 그름을 밝혀주지 못한다. 과연 오늘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빛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세상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그 역할을 모색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여러 기관이 정기적으로 조사해온 결과로 볼 때, 교회에 대한 비신자들의 호감도와 신뢰도는 급하게 추락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비개신교인들은 그 원인을 교인들의 언행,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언행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주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예수님께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다. 오늘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정체성을 잃은 나머지 그 포도주를 도로 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예배당 바깥으로 나가 우리가 ‘어두운 빛’, ‘오염된 소금’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성찰해볼 때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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