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잊으면 안 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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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잊으면 안 되는 이름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3.07.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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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대학 때의 은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전 제가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시기에 그냥 끊었었는데, 부재중 전화번호가 찍힌 것을 이제야 전화를 하신 것 같습니다.

“임 장로, 전화했었나?”

“예, 별일 아니구요, 안부 전화 드렸습니다. 평안하시지요?”

“응, 나야 뭐 늘 그저 그렇지. 그래 여전히 기도 많이 하고, 시 열심히 쓰시는가? 아이들도 잘 있지? 전화 주어 고맙네, 잘 지내시게.”

30분쯤 지나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임 장로, 전화했었나?”

“예, 별일 아니구요, 안부전화 드렸습니다”

“응, 고맙네, 잘 지내시게.”

10분쯤 지나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임 장로, 전화했었나?”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선생님께 치매가 온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도 선생님과 연배가 비슷하십니다. 그래서 그날로 당장 어머니를 모시고 구청 치매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거기 흰 가운을 입은 분이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이죠? 무슨 요일인가요? 올해가 몇 년도인가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은요?”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이라 다 아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머니는 더듬더듬 대답을 잘 못하셨습니다. 

생각에 잠긴 어머니에게 그가 또 물었습니다.

“7 더하기 5는 얼마죠? 103 빼기 7은요? 거기서 다시 7을 빼면요?”

이번에도 어머니는 대답을 잘 못하셨습니다.

“그러시면 이번에는 아드님 따님 이름이나 손자 손녀 이름을 대보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 이름, 딸 이름, 그리고 손자 손녀 이름은 몇을 대셨습니다.

“오늘 날씨 무척 춥죠? 애쓰셨어요, 어르신! 지금부터 제가 단어 몇 개를 말씀드릴 겁니다.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물으면 그때 답해 보세요.”

“부엉이, 올빼미, 기러기, 까마귀, 꿩, 참새, 닭 … ”

어머니는 겨우 ‘닭’ 하나만 기억하시고, 기러기 날아가는 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보셨습니다.

요즈음 모두 치매에 걸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에게도 치매 초기 증세가 보입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요즈음 나중에 천국 가실 때, ‘예수님’ 이름을  잊으면 안 된다고,

“예수 구주! 내 구주!”를 외시며 새벽기도를 다니십니다.

일간 대학 때의 그 은사님도 좀 찾아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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