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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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죽음
  • 이찬용 목사 (부천성만교회)
  • 승인 2023.06.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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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54)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14년을 함께 했던 마르티즈와 우리 가족이 이별을 했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여름이면 보신탕이 되는 세대를 살아온 분들은 지금 반려견의 의미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도무지 이해할 수없는 아이러니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예전 어느 집회에서 “강아지를 왜 집에서 키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개는 밖에서 집을 지키는 존재 아닙니까? 아~~ 전쟁나면  비상식량으로 키우는 거죠?” 했던 제 친구목사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성도가 목사님 “우리 딸이예요” 하고 강아지를 지목하자, “아니 그럼 성도님이 개예요? 개면 개처럼 키워야지 개보고 딸이라고 하면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 겁니까?” 하기도 했구요.
어느 목사님이 심방을 가셨는데 집 주인인 성도가 강아지에게 우유를 따라 주더니, “목사님도 한잔 드실래요?” 해서 ‘나랑 개랑 동급인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죠.

반려견은요, 언제나 나를 기뻐해 주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마음 상하면 누가 집에 들어와도 아는 척도 안할 수 있는데, 반려견은 어느 때나 주인이 집에 들어오면 한결같이 기쁨으로 반겨  주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부모나 형제는 결혼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근처에 살거나, 같이 살지 않는 한, 일 년에 몇 번 만나지만, 반려견은 늘 함께 생활해 왔기에 헤어지는 슬픔이 더 하는 건 분명할 겁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번에 14년을 함께했던 반려견 ‘뽀야’와 이별하고 숭실대 대학원에 다니는 둘째 딸이 상담학 교수님과 대화 중 나온 표현이었답니다.

하나님이 분명 피조물을 창조할 때 사람의 수명은 강아지의 수명보다 더 살도록 만드셨기에 반려견은 키우던 주인보다 일찍 죽는 게 당연한 건데요.

그 반려견을 키우던 주인은 헤어짐의 슬픔에 함몰되어서 세상이 끝난 듯 그 강아지만 생각하고 계속 슬퍼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14년을 함께 했던 뽀야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제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뽀야야~ 너는 14년을 우리와 같이 했는데 행복했었니?” 라구요.

시대가 많이 변해서 개가 반려견이라는 단어로 사용되고, 때로는 자기가 키우는 개를 향해 ‘아빠’ ‘엄마’ ‘언니’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책임을 반려견에 대해서도 생각한다면 절제 있는 사랑과 함께하는 기쁨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슬프지만 기꺼이 마음속에서 먼저 반려견을 멋지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가족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뽀야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잊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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