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나만 선택받았다는 큰 착각… 버린 돌을 모퉁이돌로 쓰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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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나만 선택받았다는 큰 착각… 버린 돌을 모퉁이돌로 쓰시는 하나님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3.06.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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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6호 /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9) -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겔 11:20)

성전을 떠난 하나님의 영광이 어디를 향할지 궁금해질 순간, 뜻밖의 장면이 에스겔 앞에 펼쳐집니다. 하나님의 영이 에스겔을 다시금 들어 올려서 성전 동편 문 앞에 데려가신 것입니다. 그곳에는 유다의 고위 공직자 스물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성문 앞은 백성들의 민원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정이기도 했습니다. 만일 높은 자들이 백성들의 사정을 듣지 않거나 불의한 재판을 해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에 사무치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꾸짖고 징계하십니다.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기 때문입니다(시 68:5).

그런데 에스겔을 불러 데려가신 그 재판정에서 25인의 고관들은 판사석이 아닌 피고석에 앉습니다! 하나님께서 검사가 되어 그들을 고소하셨기 때문입니다. “인자야 이 사람들은 불의를 품고 이 성 중에서 악한 꾀를 꾸미는 자니라 그들의 말이 집 건축할 때가 가깝지 아니한즉 이 성읍은 가마가 되고 우리는 고기가 된다 하나니 그러므로 인자야 너는 그들을 쳐서 예언하고 예언할지니라(11:2~4)” 국가의 지도자들이 정의를 굽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의를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말씀입니다. 

선지자의 입에 담길 예언의 말씀은 곧 주심이신 하나님의 판결문입니다. “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이 성읍은 너희 가마가 되지 아니하고 너희는 그 가운데에 고기가 되지 아니할지라 내가 이스라엘 변경에서 너희를 심판하리니 너희는 내가 여호와인 줄을 알리라(7~11절)”

하나님께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오만하고 비뚤어진 생각을 바로잡으십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속담을 원용하며 바벨론에 끌려간 사람들은 보존할 가치가 없는 잡고기이고 남겨진 자기들이 ‘솥 안에 아껴놓은 고기’라고 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먼저 잡혀간 1차 유배민들은 물론 온 백성을 배척하면서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듯 굴었습니다(15절). 하나님께서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깨우쳐 주십니다. 하나님이 아껴주신 ‘솥 안의 고기’는 국가가 무너져내리는 파국의 시간에 자신들만이 선택된 존재라고 자랑하는 이 오만한 고관들이 아니라, 오히려 끌려간 유배민과 죽임당한 양민들이며, 힘겹지만 꿋꿋이 고난의 시간을 인고하는 ‘땅의 백성들’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저버리고 백성을 배신한 지도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국이었습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변방에 끌려가 바벨론 군대에게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 심판의 말씀과 더불어 하나님의 영광이 예루살렘을 떠나 옮겨가십니다. 그룹들이 날개를 들고, 첫 장부터 보여온 바퀴들, 그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이 간 곳은… 바로 유배민이 거주하던 바벨론 땅이었습니다(22~24절). 에스겔이 머물던 그발강 가, 하나님께서 만나 주시고 불러 주셨던 그곳이 바로 하나님 임재의 처소였던 것입니다. 당대의 유다인들에게는 다분히 충격적이었을 ‘하나님 임재의 이동’ 못지않은 강력한 선언이 이어집니다. 낙심하고 위축된 백성들을 새로운 존재로 바꾸시고 새 시대를 열어주신다는 약속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내 율례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19~20절)” 세상 권력에 더해 영적 권위마저 독차지하려던 이들이 알지 못했던 비밀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건축가들이 버린 돌을 당신 집의 모퉁이돌로 쓰시는 분이십니다(시 118:22; 마 21:42).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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