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이 떠나가시면 어떨지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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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이 떠나가시면 어떨지 상상해보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6.13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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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8) -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 문지방을 떠나서 그룹들 위에 머무르니” (겔 10:18)

흙으로 빚어진 인간은 그 코에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넣어졌을 때 비로소 산 영이 되었습니다(창 2:7). 하나님이 단지 생명의 창조주이실 뿐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시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셔야 우리가 삽니다. 하나님이 떠나가시면, 우리는 죽은 목숨입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성전을 떠나가시면 성전은 더 이상 생명의 처소가 아니며 이스라엘은 더 이상 하나님의 사람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성전을 떠나가시겠노라는 말씀은 이스라엘에게 내리신 사망선고입니다. 과연 그 말씀대로 죽음의 그늘이 그들 위에 드리웁니다. 하나님께서 죽음의 집행관들을 소환하신 것입니다. “너희는 그를 따라 성읍 중에 다니며 불쌍히 여기지 말며 긍휼을 베풀지 말고 쳐서 늙은 자와 젊은 자와 처녀와 어린이와 여자를 다 죽이되 이마에 표 있는 자에게는 가까이 하지 말라 내 성소에서 시작할지니라 하시매 그들이 성전 앞에 있는 늙은 자들로부터 시작하더라 그가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는 성전을 더럽혀 시체로 모든 뜰에 채우라 너희는 나가라 하시매 그들이 나가서 성읍 중에서 치더라(겔 9:5~7).”

오래전 출애굽의 현장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 백성으로 독립하는 것을 거부하고 방해하던 애굽의 장자들을 치던 죽음의 사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는 그들의 칼이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안깁니다. 에스겔은 눈 앞에 펼쳐지는 살육의 광경에 비명을 지릅니다. “아하 주 여호와여 예루살렘을 향하여 분노를 쏟으시오니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모두 멸하려 하시나이까”(8절) 선지자의 비탄에도 하나님은 진노를 거두지 않으십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겨 긍휼을 베풀지 않으시며 그들의 죗값대로 갚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마침내 하나님의 명을 받든 사자가 보고합니다. “주께서 내게 명령하신 대로 내가 준행하였나이다”(11절)

에스겔이 본 죽음의 환상은 예루살렘의 최후 함락을 예고한 것입니다. 에스겔의 예언이 있고 오래지 않아, 맹수와 같은 바벨론 군대는 예루살렘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고 성전을 불태웠으며 시체를 그 안에 던져 부정하게 했습니다. 예언의 내용을 받들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예루살렘과 성전의 훼파와 유다 국가의 최종적 소멸은 여러 예언자들이 이미 알렸습니다. 예레미야 애가는 예루살렘 함락으로 벌어진 약탈의 광기와 학살의 참상을 몸서리치도록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에스겔의 예언은 이스라엘의 멸망이 그들의 죄를 물으시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라는 전통적 설명을 넘어, 자기 백성을 사랑하여 동거하시던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악을 견디지 못해 떠나가신다는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로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각별합니다.

심판에 이은 회복의 장면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가 다시금 이스라엘을 찾으시고, 그곳에 세워진 거대한 성전에서 생명수가 흘러넘쳐 성전과 예루살렘과 온 세상을 정결케 하는 광경은 놀랍고 장엄합니다. 그 성전을 품은 도시의 이름이 ‘여호와 삼마(아도나이 샤마)’ 즉 “여호와께서 거기 계시다”라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겔 48:35). 그러나 그 비전은 먼 미래의 것일 뿐, 하나님의 진노 앞에 선 지금 에스겔의 예언은 하나님의 임재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떠나가시는 광경에 집중합니다. 그가 소명 받을 때 보았던 바퀴들과 생물의 환상이 성전과 거기 좌정하는 그룹(크룹)들의 환상이 겹쳐집니다. 그룹들이 날개를 펴고 땅에서 올라갈 때 여호와의 영광이 함께하십니다(10:18). 이렇게 성전을 떠난 여호와의 영광은 이제 어디에 머물게 될 것인지… 상상할 수 없던 상황이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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