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터넷에게 사생활을 속속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관심사가 생겨 포털 사이트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이라도 하는 날엔 기다렸다는 듯 관련 제품들의 광고가 화면을 채우는 탓이다. 근처에 가볼 만한 클라이밍장을 알아보려 키보드를 두드리면 클라이밍하는 사람들에게 좋다는 손목강화 운동기구 광고가 불쑥 모니터 아래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보드게임 정보를 얻으려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도 한 번 잡숴보라는 듯 새로운 보드게임 광고가 기자를 유혹한다.
이렇게 득달같이 광고들이 달라붙는 이유는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겟에게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일 테다. 소비자를 분석하고 특성을 파악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자원이 한정돼있다면 가장 구매 가능성이 높은 대상에게 집중투자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 중 기본이다.
‘전도’를 ‘복음이라는 가장 좋은 제품을 마케팅하는 것’이라 해석한다면 마케팅 전략을 전도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물론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야 함은 구태여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이를 계획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도지를 들이밀기만 하면 된다는 말과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도 밤이 새도록 소비자의 특징을 분석하며 열정을 불태우는데 세상 어떤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좋은 굿즈인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전도 대상자를 분석하는 열정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에게
전도 대상자에 따라 다른 접근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사실 새로운 전도 전략은 아니다. 사도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다가갈 때 그들의 관심사였던 철학적 물음으로 대화를 시도했고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익히 알고 있던 구약 성경의 예언들로 예수님이 그리스도 되심을 증거했다.
하지만 과거 한국교회의 전도는 마케팅에 빗대자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단지를 살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수천, 수만 명을 모은 전도집회나 길거리에서 찬양을 부르며 전도지를 나눠주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이런 방식의 전도가 한때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주의가 심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효과적인 전도 전략인지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도 대상자를 분석하고 분류해야 할까. 당장 익숙한 방법은 인구통계학적 구분이다. 세대별, 지역별, 성별로 전도 대상자를 구분하고 각 그룹에 맞춘 전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전통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런데 홍기영 교수(나사렛대 명예교수, 선교학)는 새로운 전도 대상자 분류법을 제시한다. 복음에 수용적인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를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오늘날 현대인은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대부분 기독교의 복음에 무관심하다. 그들은 하늘나라보다 돈과 명예와 쾌락에 관심이 많고 종말론보다는 현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하나님의 나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복음에 수용적인 사람들을 식별해 집중할 때 우리의 전도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성장 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도널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그는 우리의 본질적인 일은 “수용성이 보일 때 수용적인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영생으로 인도하기까지 수용성을 분별하고 방법, 기관,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선재 은총’이 있기에 마음이 준비됐을 때를 포착해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관건은 복음에 수용적인 이들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느냐다. 애즈베리대학교 전도대학원 학장이었던 조지 헌터는 곤혹스런 우리를 위해 복음에 수용적인 사람들의 특징을 제시한다.
첫째는 활동적이고 신뢰할 만한 그리스도인과 친족, 또는 친구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복음에 수용적이다. 둘째는 기존의 오래된 그룹이나 계층보다는 새로운 그룹과 계층의 사람들이다. 또 종교적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인구집단은 개방적일 수 있고 반대로 기존 종교가 쇠퇴하고 있는 인구집단은 종교적 갈망이 강한 경향이 있다. 대부분 시대와 나라에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높은 계층보다 복음에 수용적이며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 중요한 삶의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은혜와 복음에 더 열려 있다.
복음에 수용적인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는 상황도 있다. 교회의 기존 상황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물색할 때는 복음에 수용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교회가 전도 대상자들의 언어로 말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들을 이해하는 토착적 사역을 진행할 때도 수용성이 나타난다.
헌터의 지표를 소개한 홍 교수는 “제시된 지표들이 모든 문화에 맞는 절대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교회가 효과적으로 복음을 증거하려 할 때 필요한 지표들”이라며 “교회는 이 같은 지표를 세심히 고려하여 더 수용적인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주님의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 전도 전략 구사해야
복음에 수용적인 대상자를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그들을 향한 맞춤 전도 전략을 구사할 차례다. 물론 복음에 수용적이지 않은 대상자라 해서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수용적인 집단을 향한 적극적인 전략을 시행하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 전도 전략도 필요하다.
만약 복음에 수용적인 분류라면 체계적으로 복음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도균 교수(서울신대 전도학)는 “세속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해도 그 안에는 기독교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수용자 부류는 크게 구도자와 대기자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구도자는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인정하고 영적인 것과 영원한 것에 열려있는 사람들이라면, 대기자는 교회에 다닌 경험이 있거나 교회에서 긍정적 경험을 해봤지만 구원에 관해서는 혼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복음에 관한 구체적인 선포가 필요하다. 마음은 열려 있지만 복음의 내용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듣거나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복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복음을 맛보고 조금씩 알아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라며 “특히 구도자를 좀 더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전도자의 자세에 따라 그들을 구원시킬 수도, 혹은 그 영혼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부류는 기독교에 무관심한 부류다. 사실 불신자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을 위해서는 흥미 있는 소그룹으로 초대해 그리스도인의 삶을 나누고 기독교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만약 초대에 응한다면 예수 때문에 변화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며 성경공부로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쉽지 않은 집단은 기독교에 반감을 품고 있거나 깊은 상처가 있어서 마음을 열지 않는 적대적인 부류다. 이들은 성서를 하찮게 여기거나 천국이나 지옥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홍 교수는 “이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전도로 이들을 회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래도 막연하게 기다리기보다는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기 위해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낫다”면서 “기독교에 적대감이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무엇보다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복음을 선포하기보다는 대화로 마을을 열고 자연스레 복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이모저모 살피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