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아름답고 노년은 추하다? 교회가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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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아름답고 노년은 추하다? 교회가 인식 바꿔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2.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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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사회봉사부 ‘초고령사회의 노인목회’ 주제로 세미나
교회가 할 수 있는 ‘노인 돌봄 코디네이터’ 사역 제안

무엇이든 빠른 것이 미덕인 우리나라라고는 하지만 이것에서마저 빠를 필요는 없었다. 인구 고령화 속도를 두고 하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고령화비율 증가 속도가 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UN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 이상을 차지하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1714%를 넘기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2년 기준 고령인구는 17.5%로 아직 고령사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통계청은 2025년엔 초고령사회로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예측이 사실이 된다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데 단 8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가파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10년보다도 빠른 속도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사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달리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교회의 체질전환이 필요한 때. 예장 통합(총회장:이순창 목사) 사회봉사부는 지난 28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초고령사회 노인목회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사회복지 현안 세미나를 열고 고령사회의 목회 방안을 논의했다.

영적 건강까지 챙기는 돌봄

누구나 안락한 노후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만족하다고 답한 고령인구는 전체 10% 수준에 불과했다. 치매, 만성질환, 요양 등 감당해야 할 의료비는 늘어나는데 대책은 마땅치 않다. 가족 역시 돌봄에는 한계가 있고 심지어는 돌볼 가족조차 없는 독거노인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복지의 빈틈을 교회가 메울 수 있다. 대전 유성구노인복지관장 류재룡 목사는 교회가 노인 돌봄 코디네이터 사역을 시도해볼 것을 제안했다. 코디네이터 사역이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영적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자원을 개발하고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역을 가리킨다. 시작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점진적으로 중산층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류 목사는 교회나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발굴하는 것부터가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라며 대상을 발견하면 어떤 돌봄을 필요로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교회 자원,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교회에서 코디네이터 사역을 맡게 되면 돌봄 대상 어르신들의 영적 필요까지 채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코디네이터들의 서비스는 안전지원부터 시작된다. 방문과 전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가스, 화재, 전기 등 노인들이 미처 알아채기 어려운 생활의 위험요소들을 점검한다. 노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밖에 노인들이 자조모임이나 구역모임에 참여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이동지원과 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교회가 돌봄 서비스를 맡게 되면 노인들의 영적성장을 위한 신앙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노인 돌봄 서비스는 교회의 자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류 목사는 노인돌봄은 노인복지법과 관련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공공기관과 여러 사업들에서 노인들을 지원하는 정책들과 연계하면 보다 수월하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교회가 노인 돌봄 코디네이터 사역을 시작하고 지역사회를 섬긴다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레 복음이 흘러가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년 바라보는 인식 전환

한국교회의 고령화는 전체 사회의 고령화보다 더욱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수십년 전의 노인목회 사역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의성 교수(배재대 기독교사회복지학과)교회의 고령화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은 물론이고 한국교회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고령화 문제 해결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에도 영향일 미칠 것이라면서 요동치는 고령화 물결이 비극적 결말을 맞느냐, 혹은 새로운 기회가 되느냐는 교회가 노인사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노인목회는 교회의 필요이기도 하지만 책무이기도 하다는 것이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교회는 고령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을 갖고 있다.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은 물론이고 교회가 가진 역적 역량이 행복하고 성공적 노년기를 만드는 일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교회가 노인목회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노인목회를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미래목회연구원과 아드폰테스가 2022년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고령층 교인들의 38.1%젊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22.1%교회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관심부족에서 나아가 무시당하는 느낌마저 든다는 고령층도 14.6%나 됐다.

손 교수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고귀한 존재임에도 사회는 물론 교회에서 조차 노화와 노년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이는 노인들의 사회참여는 물론 영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늙음은 언제나 부정적 이미지로, ‘젊음은 언제나 아름다운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은 전혀 복음적이지 않다. 교회의 노인 사역은 노년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인 전문 사역자 양성 자발적인 소그룹 문화 확산 노인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안한 손 교수는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하나님 안에서 노년을 소명의 시기로 인식하고 젊은 세대에게 뒤지지 않는 열정과 의식으로 교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교회가 더욱 노인 목회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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