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웃들 위한 ‘3천원 김치찌개’…각박한 삶에 큰 위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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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이웃들 위한 ‘3천원 김치찌개’…각박한 삶에 큰 위로 되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2.1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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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0원 김치찌개집 ‘따뜻한 밥상’ 최운형 목사

김치찌개에 밥 무제한…배고픈 이웃에게 복음의 통로
미국서 안정적 목회 대신 말씀 살아내고자 따밥 개업
사역 취지에 공감한 동역자들 덕분에 7호점까지 키워
최운형 목사는 앞으로 10년간은 3,000원짜리 김치찌개의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갈수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웬만한 식사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어가면서 밥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마저도 남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얄팍한 취준생이나 독거노인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단돈 3,000원으로 두둑이 배를 불릴 수 있는 곳이 있다. 2018년부터 최운형 목사가 운영해온 식당 따뜻한 밥상’(이하 따밥)이 그 주인공.

단일 메뉴인 김치찌개에 밥과 반찬이 무제한인 따밥은 최 목사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개척한 사실상 교회나 다름없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장사가 아닌 목회를 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봤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라
쌀쌀한 초겨울에 접어들던 지난달 중순.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따밥에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최 목사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인터뷰에 앞서 3,000원짜리 김치찌개의 맛이 궁금해 주문하니 금세 눈앞에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맛 또한 반전이었다. 칼칼한 국물에 큼지막한 두부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 윤기 좌르르한 흰쌀밥과 짭조름한 콩나물 무침이 입맛을 한껏 돋우었다. 믿기 힘든 저렴한 가격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따밥에서는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에 흰쌀밥과 콩나물 무침이 무한 제공된다.
따밥에서는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에 흰쌀밥과 콩나물 무침이 무한 제공된다.

지금이야말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식당이 필요한 때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시대 밥 굶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끼니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사람들은 더욱 그렇죠.”

지난 20여년 동안 구슬땀으로 일궈온 안정적인 목회 기반을 뒤로하고 따밥을 개업한 이유에 대해 최 목사는 이 같이 밝혔다.


4년 전 그가 주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한국에 건너와 인심 좋은 밥집 사장님이 된 건 순전히 성경 말씀 때문이었다.

어느 날 문득 교회 주변엔 왜 가난한 사람이 많을까?’란 회의가 들었어요. 제가 늘 목회철학으로 삼고 강단에서 외쳐온 말씀이 바로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구절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건데. 이제 이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겠다고 생각했죠. 높은 연봉과 성도들의 존경을 꿈꾸는 겉만 번지르르한 목회자가 아닌,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교회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서 믿음의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단한 최 목사. 때마침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문수 신부가 오픈한 청년식당 문간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뛰었다. 내용인즉슨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은 사연을 듣고 이 신부가 서울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것이다.

그길로 곧장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최 목사는 한달음에 이 신부를 찾아갔다. 그리고 2호점을 허락받았다. 다만 청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든지 발을 들일 수 있도록 상호를 청년식당 문간 대신 따뜻한 밥상으로 지었다. 2018년 따밥이 태동한 순간이다.

그러나 출발은 녹록하지 않았다. 평생 목회의 길만 걸어온 그가 하루아침에 밥집을 꾸리기란 쉬울 리가 없었다. 주방장은 불성실한 태도로 한 달 만에 내보내야 했다. 아무리 3,000원이지만 맛이 이게 뭐냐며 질타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최 목사는 직접 칼을 들었다. 김치를 숙성하는 방법부터 양념과 육수 제조까지 밤낮으로 연구하고 요리하며 레시피를 개발했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6개월 무렵부터 따밥은 동네서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 하나 둘 손님이 늘었다.

하나님은 장사 초반 적자로 인한 빚도 한순간에 해결해 주셨다. 따밥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일면식도 없던 세 명의 성도가 선뜻 후원금을 건네면서다. 그는 따밥은 빚 없는 가게일 뿐만 아니라 흑자로 전환한지도 오래라며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고백했다.

따밥이 흑자를 내는 또 다른 비결은 십시일반 모아진 사랑의 손길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 최 목사가 부목사로 몸담았던 홍광교회 교인들이 봉사자로 일손을 보태준 데다가 따밥의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섬겨줘 인건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식자재 또한 매달 기적처럼 채워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쌀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한 달에 쌀이 많게는 200kg씩 소모될 때도 있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계속 쌀을 보내와요. 그중에 절반은 익명이라 누군지도 모르지만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일련의 응답들이 하나님의 응원으로 느껴졌다는 최 목사는 가난한 자와 주린 자를 먹이는 게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따밥은 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밥이 망한다면 이유는 딱 하나다. 그만큼 세상이 살기 좋아진 것인데 이 또한 행복한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최 목사의 따뜻한 밥상(1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최 목사의 따뜻한 밥상(1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따밥은 장사가 아닌 목회
최 목사의 하루는 분주하다. 식당 문을 여닫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쉴 틈이 없다. 자연스레 교회 강대상에선 미처 다 느낄 수 없었던 성도들의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평일에 열심히 노동하니 일요일 아침엔 피곤해서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일에 성도들이 얼마나 지극한 정성으로 교회에 나오는지를 깨달았죠. 동시에 힘겹게 예배에 나온 교인들을 조금 늦었다고 책망하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개했습니다. 목회자들은 영적 갈급함을 갖고 교회에 출석한 성도들을 고맙게 여기고 진심을 다해 설교해야 합니다.”

현재 따밥 문을 두드리는 손님은 하루 약 50~80명으로 1인가구 청년부터 청소년,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매시간 홀 좌석이 70%만 차게 해달라는 최 목사의 기도제목이 독특하다. 이는 따밥의 존재 목적이 분명함을 방증한다.


어떤 유튜버가 우리 식당을 찍어 올렸는지 한 3일간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든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장사가 잘 되니 기뻤죠. 그러던 하루는 우리 따밥의 찐 단골인 어르신이 예전에 나눠드린 공짜 쿠폰을 갖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딱 남은 자리로 안내해 드렸더니 그냥 가시는 거예요. 얻어먹는 밥인데 괜히 자리 차지하는 게 미안하시다며.”

당시 최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아니다 싶었죠. 따밥이 문전성시를 이뤄도 정작 소외된 이웃이 들어올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때부터 기도해온 게 손님이 적당히 오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사들로부터 몇 번 따밥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도 받았지만 다 거절했어요. 따밥은 너무 유명해져도 안 돼요. 우리는 영리를 추구하는 게 아니니까요.”

최 목사의 배려는 이 밖에도 식당 곳곳에 묻어나있다. 대표적인 게 500원만 내면 라면과 계란프라이·어묵·햄 등을 추가할 수 있는 혼자사리. 대개 식당들의 사리 추가가 1,000원부터인데 이조차도 반으로 쪼갠 것이다. 500원 만큼의 짐이라도 더 덜어주고픈 바람에서다.

물론 최 목사도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밥과 반찬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손님을 볼 때면 그야말로 수련이 따로 없다.


구제가 말은 쉽지 실천이 힘들어요. 예를 들면 가끔 밥을 탐욕스럽게 산처럼 쌓아서 갖다 드시는 분이 있어요. 반찬도 몇 번이고 추가해서 담고. 그러면 저도 사람인지라 왜 이렇게 많이 먹지?’라고 잠시 불평하다가도 다시 초심을 다잡죠. 반대로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퍼주려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부터 날마다 깨지고 다듬어지는 훈련을 받습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이 은혜라는 최 목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감동적인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오던 청년이었죠. 매번 후드티만 입던 친구가 하루는 말끔한 정장 차림이길래 내심 의아했어요. 그런데 계산할 때 그 청년이 대뜸 감사하다취업을 준비하면서 따밥에서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덕분에 취직에 성공했다고 꾸벅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요. 따뜻한 밥상이 누군가의 인생에 격려가 된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최근에는 따밥에 감격한 한 청년이 100만원과 함께 4,000원짜리 쿠폰 25개를 최 목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소중한 후원금 덕분에 25명의 새로운 손님들이 따밥으로 초대될 예정이다.


매일 아침 오늘은 누구를 먹일까?’란 생각으로 출근하는 것도 즐겁지만, 따밥은 하나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시는 사역임을 믿습니다. 제가 개업한 이래로 지난 4년간 단 하루도 아파서 가게 문을 닫아 본 적이 없거든요. 코로나19는 고사하고 몸살 한 번 걸린 적 없었는데 마치 하나님이 제게 너는 이 자리를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겉 같았습니다.”

한편, 따밥은 현재 최 목사가 운영하는 1호점을 필두로 서울 각지와 창원, 시흥 등지에 7호점까지 체인을 내는 열매를 맺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2~7호점 주인이 모두 목회자들이란 점. 경제적으로 여유치 않은 이웃을 돕는데 동역하기로 뜻을 모은 사람들이다.

최 목사는 이들에게 레시피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준 건 물론 정착 지원금을 내어주며 물심양면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목회자·전도사·선교사 등 사역자들만 따밥을 차릴 수 있다는 것. 둘째는 김치찌개 가격을 올리지 말 것이다.

최 목사는 호기심이나 이익을 목표로 따밥을 열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따밥은 평범한 식당을 너머 사복음서의 말씀을 증거할 사역지이기 때문이라며 “2~7호점 목회자분들 역시 나름의 색깔을 갖고 따밥을 운영하고 있다. 주위의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소신껏 펼친 따밥 사역에 동참해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따밥의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높아진 물가에 비례해 김치찌개 값도 올리라고 말하지만 저는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그럴 계획이 추호도 없습니다. 물가가 오른다고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나요? 오히려 더 힘들어져요. 이들을 위해 생겨난 따밥은 장사가 아니라 목회입니다.” 

따밥에서는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다.
따밥에서는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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