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 은퇴 본격화…노후준비 어쩌나
상태바
‘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 은퇴 본격화…노후준비 어쩌나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11.25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니어//기윤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 세미나

교회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집 한 칸 없이 살았고, 하나 마련했던 것도 교회를 건축할 때 과감하게 내놓았다.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걱정 자체가 불신앙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하나님이 지켜주신다고 설교했는데 나의 노후를 걱정할 수는 없었다. 그게 믿음이라고 설교했다. 그러나 속내는 교회가 나를 돌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교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누구보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은퇴가 다가오니 그들이 달라졌다. 은퇴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당장 들어가 살 집도 없다. 앞으로 30년은 더 먹고 살아야 하는데 먹고 살 돈도 없다. 목사라고 대접받고 살았는데, 가난으로 부끄럽지 않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이제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다수 목회자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교단과 교회, 목회자 개인은 이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준비없는 은퇴가 한국교회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목회자 은퇴 준비 문제를 공론화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름답게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의 시작이 ‘준비된 은퇴’로 맺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2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2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2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구체적 매뉴얼과 교육’ 필요

이날 발표를 맡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이런 시나리오는 최근 한국교회에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제 한국교회 은퇴 문제로 인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어떤 제도가 없다보니 영광스러운 ‘은퇴의 자리’가 돈 싸움이 되고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6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발제에 나섰다.

조 교수는 “목회자 은퇴는 최고의 면류관이다. 길게는 50년, 짧게는 30년 목회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이 은퇴를 맞이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그런데 은퇴 과정에서 이 수십 년의 공로를 다 까먹는 경우가 생긴다. 은혜로 일궈온 목회였는데,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목회자 은퇴에 있어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집과 월 생활비다. 특별한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는 이들에게는 이 문제가 가장 크다. 대부분 목사는 사택에서 생활하기에 은퇴하면 가장 크게 와닿는 문제가 ‘집’이다. 당장 은퇴하고 다음 날이라도 들어가 살 집이 없으면 갈 곳이 없다. 조 교수는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해온 목회자들은 모두 다 은퇴 이후에 지낼 집에 대한 고민이 컸다. 교회가 집을 구입해 마련해도 그 소유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목사들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월 생활비는 교단 연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교단에 연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은퇴문제와 관련해 정해 놓은 규칙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거론된다.

조 교수는 “교회마다 은퇴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충해 결정하고 있다. 물론 교회마다 가진 여건이 다르고 목사도 교회에서 하는 연수와 기여도 등의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정해진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은퇴준비를 위한 대안으로 △은퇴에 따른 중재위원회 필요 △노회 제도 개선 △은퇴 후 수입교육 △교회, 목사, 장로 등 은퇴에 대한 교육 필요 등을 제시했다.

목회자 은퇴문제를 한국교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김상덕 교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명지대 객원교수)는 “교회란 하나의 거룩한 유기적 공동체로 목회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교회는 물론 교단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목회자와 교회 대상의 목회자 은퇴 준비교육을 제안한 그는 “돈이나 은퇴 이후의 생계를 준비하는 것이 마치 믿음이 없는 것처럼 여기지 말아야 하고, 오히려 현실의 필요를 따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특히 재정, 주거, 의료, 심리적 서비스와 함께 목회자 은퇴보수와 관련된 인식개선 교육을 함께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은퇴목회자 ‘노후문제’ 공론화해야

한국교회 은퇴목회자의 노후문제에 대해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 은퇴비와 관련된 논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과도한 은퇴비에 대한 비판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절반가량이 미자립교회로 대다수 목회자가 적정한 보수조차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상덕 교수는 “목회자의 은퇴비에 대한 논의는 목회자의 은퇴 및 이후의 삶에 대해 공교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목회자 은퇴비에 대한 선행연구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목회자 은퇴와 관련된 논의의 초점은 주로 교단의 은급제도를 개혁하거나 목회자 개인의 몫으로 미루는 형태였다. 보통 은급제도는 목회자 개인이 부담하거나 교회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로 나뉘지만, 미자립교회에는 이 금액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김 교수는 “현재로선 목회자 은퇴를 목회자 개인의 책임으로 과중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목회자를 떠나보내고 어려운 재정 형편을 떠안은 채 운영을 이어가야 할 교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경우 목회자와 교회 상호 간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교단 차원에서 아름답게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의 시작이 ‘준비된 은퇴’로 맺을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목회자 은퇴비 ‘적정선’은?

그렇다면 목회자의 은퇴준비를 위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할까.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 부작용을 줄이려면, 목회자 은퇴 시기에 필요한 은퇴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일종의 목회자 은퇴비에 대한 적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은퇴비의 적정선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크게 재직 일수, 월 기본급과 기타수당, 연 상여금과 연차 수당 등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절반 이상이 미자립교회이고 60%가량이 100명 미만인 작은 교회라는 점을 고려해 목회자 평균소득인 월 176만원과 근로자 평균소득인 월 327만원 중간값인 250만원을 기준으로 적정한 은퇴보수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월 평균 급여 250만원의 은퇴목회자가 20년(7,670일) 동안 교회에서 재직하고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약 5천 만원으로 가정했다. 이 금액은 자립교회의 경우 1년 예산 절반이 필요하므로 한 번에 지출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미리 퇴직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자립교회의 경우 퇴직금 5천 만원은 미자립교회 1년 예산인 3,500만원의 1.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을 목회자 퇴직금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것은 부족한 형편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교단이 미자립교회를 지원할 때 은퇴비와 관련한 예산이 추가로 책정될 필요가 있다.

교단 차원에서 교회를 대상으로 목회자의 은퇴 준비를 위한 교육을 펼칠 것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교단별 목회자 은퇴 수요와 필요를 조사하고 실제 목회자와 교회 사이 적정한 은퇴 보수를 위한 사전 준비과정을 조정하고 담당하는 부서 및 기관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