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 '쉼터에서 일어나는 구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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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 '쉼터에서 일어나는 구원 사건'
  • 승인 200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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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설목사/문래동교회

도시인들은 무한경쟁의 사회구조 속에서 쉼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서 단 한 시간의 휴식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귀중하다. 특히 건전한 놀이문화가 부족한 사회 여건으로 볼 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교회는 3년 전부터 ‘문화선교’라는 이름으로 매주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들을 찾아간다. 건강한 정신과 행복한 삶을 돕고자 시작한 작은 음악회는 매년 4월부터 11월 초까지 매주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에 문래공원에서 열린다. 커피, 녹차, 각종 음료수가 무료로 제공되며, 어린이들에게는 솜사탕과 풍선을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교회가 주최하는 행사이므로 찬송가 연주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교우들도 “기도하고 시작하지 않느냐”, “찬송가는 왜 연주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옛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가요, 가곡, 동요 등을 중심으로 연주했다. 전통민속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특별 이벤트는 설날, 단오, 추석과 특정 기념일 등 연 6회 정도 실시한다.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닭싸움, 특히 ‘떡메치기’를 할 때는 주민과 교인들, 노숙자들까지 모두 하나가 된다.

3년째 실시하는 문화선교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말이 필요 없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시간을 기다리는 주민들, 조금 늦게 음악회를 시작하면 왜 늦었는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가지 중요한 점은 작은 음악회를 교회가 마련한 자리이지만 전도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것은 음악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켜온 방침이었다.

그동안의 활동으로 문래공원의 ‘작은 음악회’는 지역의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지역주민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화합하는 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음악회가 되도록 뜻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찾을 계획이다. 지역주민이면 남녀노소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양화하려고 한다.

필자는 사회적 역할과 관계성 형성이 부족한 교회의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왜 교회가 사회를 향해 개방하지 못하는지 오랫 동안 고민했다. 교회가 갖추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이 얼마나 많은데 교회 안에만 가두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모든 지역주민이 모이는 공원을 선택해 문화선교를 시작했다. 찬송가 연주나 기도가 없는 등 전도활동이 없는 행사가 무슨 선교냐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래동교회가 여는 음악회’라는 사실 하나면 거기에 복음이 충분히 함축돼 있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주민들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 교회를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좋은 교회’, ‘가보고 싶은 교회’로 생각해준다. 다양한 가치, 종교, 문화적 배경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은 삶의 언어로 전달된다. 말로 사람을 감동시키기는 참 어려운 시대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복음전달 방법을 찾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희망적이라 말할 수 없다.

교회가 좀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선교를 할 수 없는 원인은 ‘교인이 될 가능성’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경영의 논리로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 필자는 문화선교를 통해 한 사람의 신자도 못 얻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 자체로 사회를 통합하고 평화를 이룩하는 데 한 교회가 기여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러나 구원 사건은 예배당이 아닌 공원이라는 쉼터를 통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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