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장로의 설교예화 -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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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의 설교예화 - ‘욕심’
  • 승인 200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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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숲이 울창한 산 속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착하고 욕심이 없었지만 할머니는 끼니 걱정을 하는 형편에도 늘 부자가 되길 바랬다. 특히나 할머니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고 노래하듯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 날도 구덩이를 파 놓은 덫에 산짐승이 빠져 있길 바라며 산으로 갔다. 구덩이 앞에 다다른 할아버지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사슴이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사슴을 꺼내올리자 사슴이 애원을 하였다. “저를 놓아 주세요. 부탁이예요.” 사슴이 하도 간절한 눈빛으로 애절히 말하자 할아버지는 사슴을 놓아주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애써 잡은 사슴을 놓아주다니요. 아유, 속상해.”하면서 안타까워했다. 다음날 산에 올라간 할아버지는 어제 그 사슴을 다시 만났다. 사슴은 목숨을 구해주어 고맙다며 한가지 소원만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집이 기와집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기와집이 생기자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기와집을 채울 살림살이를 사슴에게 달라고 하라고 계속 닦달하였다. 할아버지는 망설이다가 사슴에게 가서 말했다. 사슴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들어주겠다고 말하곤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살림살이가 채워져 있었다.

욕심이 생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하인 좀 보내 달라고 해요.” 할아버지는 마지막이라는 할머니의 다짐을 받고 다시 산으로 가서 사슴을 불러 소원을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할머니는 누더기 옷을 입고 울고 있고 큰 기와집과 살림살이도 보이지 않았다.

사슴은 목숨을 구해준 할아버지를 위해 산신령에게 간청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두 번째 소원까지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산신령은 다시 한번 더 부탁하면 사슴의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고, 결국 사슴은 산신령의 노여움이 있기도 전에 스스로 죽어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집만 주어도 감사하다고 후회했지만 사라진 집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받은 할아버지는 두 번 다시 산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한국고전문학에서 가려뽑은 설교예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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