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교회가 발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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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가 발흥한 이유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03.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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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 역병으로 활동이 제한받으면서 신앙 면에서 좋은 점도 있다. 혼자 성경을 읽고 묵상하거나 기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점이다. 최근에 정년퇴직한 내 경우는 더욱 더시간 여유가 많아져 독서하는 자유를 누리는 중이다.

교수가 직업이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강의, 연구와 관련된 책만 읽기도 바빠, 정말 읽고 싶은 책은 못 읽었다. 은퇴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읽고 싶은 책을 원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부담도 없이 어떤 책이든 아무 때나 읽을 수 있는 자유, 무상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읽은 책 가운데 특별히 감명 깊었던 책이 있다. 초기 기독교가 왜 어떻게 부흥해 로마의 주류 종교가 되었는지를 추적한 로드니 스타크가 쓴 책이다. <기독교의 발흥>이 그것이다. 한국 기독교 또는 교회의 위기가 화두인 이 시기에 무슨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이라 더욱 열심히 읽었다.

왜 초기 교회가 성장했는가? 로드니 스타크는 말한다. 전염병 때문이라고. 대역병으로 말미암은 인구 감소로 로마제국이 위기를 맞이하였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인데, 오히려 이 시기에 교회는 성장했다니, 이 무슨 말일까? 전염병이 창궐하던 상황에서 도대체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대처했기에 급성장한 것일까? 다른 종교인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역량을 탁월하게 보여주었다고 스타크는 말한다. 어떤 특징들일까?

첫째, 전염병이라는 참사에 대해 만족스럽게 해명해 주었다. 대역병은 이방 종교와 그리스 철학이 설명하고 위로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사태였다. 하지만 기독교는 이 재앙에 대해 신앙적이고 역사적인 해답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죽음 앞에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천국을 제시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성을 보여줌으로써, 절망에 사로잡힌 로마 제국 시민들에게 희망을 품게 하였다.

둘째, 대역병 아래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생존율은 현저히 높았다. 인구의 1/3 혹은 2/3가 죽어 나가던 상황에서 이방인들이 보기에 이는 기적이었다. 왜 사망률이 낮았을까? 다른 종교인들보다 청결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 정신 때문이었다.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었을 때도, 기독교 공동체는 환자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고 서로 돌봄으로써 사망률을 낮추었다. 이방 종교인과 로마 시민들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멀리 도망치려고만 하였으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에게도 황금률을 적용해, 이해득실에 근거한 거래 관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일의 삶에서 사랑과 구제를 통해 세상 사람들을 섬겼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기독교는 기존의 종교와 완전히 다른 종교이자 새로운 종교이며 감동을 자아내는 종교였다. 요즘말로 대안 공동체였다. 사도행전 2장 말미의 기록이 바로 초기 교회가 보여준 대안 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셋째, 교리적인 우월성 이전에 친교의 네트워크를 제공하였다. 흔히들 교리적인 우월성으로 불신자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기 교회는 희생적 사랑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애착 관계를 가지게 하였다. 요즘말로 생활 전도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다음에 자연스럽게 개종이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고 희망이 생겼다. 로마의 대역병이 초기 교회를 발흥시키는 계기였듯, 우리가 하기에 따라 코로나19로 말미암은 팬데믹은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과거의 존경과 영광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망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하겠다. 매력 있는 크리스천 소리를 들을 만하게 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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