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를 찬양하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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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를 찬양하는 세대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2.03.07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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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라는 단어가 젊은 세대에서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단어는 구세대에게도 익숙한 단어일 겁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관용구는 미국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라는 관용구가 원조인데, 1960년대에 은수저가 금수저로 변형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0년 전쯤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관용구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했고, ‘수저 계급론’으로 발전해 흙수저-똥수저 등의 다양한 변형까지 생겨났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금수저’라고 표현한다면 아주 긍정적인 의미의 표현은 아닐 겁니다. 저 사람의 성과 안에는 본인의 노력보다는 가정의 뒷배경이 더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금수저라는 말은 뒷담화에서 쓰일지언정 그 대상의 면전에서 사용하진 않습니다. 즉, 금수저라는 단어 안에는 불공정한 세상에 대한 한탄과 질투의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의외로, 요즘 세대는 금수저인 사람들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보입니다. 이것을 잘 나타내 주는 사건이 올 초에 있었습니다. 호화로운 삶과 구입한 명품들을 자랑하는 것을 주 컨텐츠로 하는 ‘프리지아’라는 유명 유튜버가 있었습니다.

프리지아는 ‘솔로지옥’출연을 계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가 공개했던 명품 중 몇 가지가 가품 소위 짝퉁임이 드러나 지금은 모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시간 안에 상승과 하락을 보여주었기에 프리지아는 올초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 때 여러 언론과 매체가 주목한 점은 왜 이 사람이 인기를 끌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프리지아는 젊은 세대에서 폭 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프리지아의 열성 지지자(?)들은 여러 의혹 앞에서 프리지아를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통념상, 일반인들이 한 번도 누리지 못할 생활을 공개하고 자랑하는 전형적인 금수저의 모습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은데 왜 사람들은 여기에 열광했을까? 심지어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젊은 사람들이?

전문가들은 ‘좌절감’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노력을 통한 신분 상승이 어려워지자, 차라리 절대적 강자의 삶을 엿보며 그 삶에 자신을 대입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개천에서 난 용처럼, 노력을 통해 신분 상승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은 자신의 게으름 질타하는 것 같고, 노력으로 모든 것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금수저의 삶에는 ‘노력 없는 만족’이 있기에 오히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러한 노력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일이 발생하길 바란다는 것이죠.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좌절에 대한 여러분의 공감을 요구합니다. 어려서부터 배워 온 ‘노력’에 대한 개념이 송두리째 무너진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는 은행 금리보다 몇 배는 더 빠르고, 험난해진 취업난 속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웃는 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코인과 주식을 통해 누군가는 큰 노력 없이 큰 돈을 벌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격려가 아닌 ‘공감’인듯 합니다. 말도 안되는 세상 속에서 정말 힘든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러한 세상을 물려줘서 미안하다. 라는 말 한 마디. 그게 어쩌면 청년의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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