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목회자 82% “기존 교회 청빙 어려워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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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목회자 82% “기존 교회 청빙 어려워 개척”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2.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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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북한선교연구소·정재영 교수 ‘탈북민 목회자 실태 조사’
목회 만족도·자부심 높아… 96% “통일 이후 북한서 목회할 것”

생사를 오간 탈북 이후 소명을 받고 목회자로 헌신한 탈북민 목회자들이 교회 청빙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목회자를 향한 편견도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식 개선이 요청된다.

예장 통합(총회장:류영모 목사) 북한선교연구소(이사장:최태협 목사)는 지난 15탈북민 목회자와 북한 선교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탈북민 목회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와 발제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가 맡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탈북민의 수는 약 34천 명으로 추산된다. 탈북민 목회자의 수는 약 1백 명 정도, 탈북민 목회자가 개척하거나 남한 출신 목회자가 국내 탈북민 사역을 목표로 개척한 ,소위 탈북민교회는 전국에 약 58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는 이번 조사는 북한기독교총연합회와 북향민목회자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51명의 유효 표본이 추출됐다. 많지 않은 수지만 모집단의 수가 200명이 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신뢰할만한 조사 결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목회자들은 중국에서 기독교를 처음 접한 이들이 60.8%로 가장 많았다. 탈북 과정에서 교회나 기독교 단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이때 기독교를 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에서 접한 이들은 23.5%였고 북한에서 기독교를 접한 비율도 7.8% 적지 않았다. 스스로를 모태신앙이라 대답한 이들도 있어 북한 정권의 극심한 종교 탄압 속에서도 신앙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학 공부를 하게 된 계기로는 하나님의 부르심, 즉 소명(78.4%)이라고 답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신학 공부 장애 요인을 묻는 질문에 경제적 문제(39.2%)라는 대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탈북민으로서 목회를 잘 할 수 있을지 확신 부족(13.7%) 소명에 대한 회의감(5.9%) 등이 뒤를 이었다.

목회 훈련 과정에서 탈북민으로서 차별 및 어려움을 받은 일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1.4%가 있다고 답해 적지 않은 이들이 편견에 노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탈북민으로서 받은 어려움(중복응답)으로는 전도사로 사역하고 싶어도 청빙 받기 어려움(62.5%), 신학교에서 동료 학생들이 잘 끼워주지 않는 느낌(25.0%), 교회 성도들이 무시하는 느낌(18.8%) 등을 꼽았다.

청빙의 어려움은 신학교 졸업 이후에도 이어졌다. 현재 무임 목회자인 이들에게 사역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절반(50.0%)이 마땅한 사역지가 없거나 청빙 받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탈북민 목회자라는 이유로 받는 불이익을 묻는 질문에도 교회 청빙을 받기가 힘들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재영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담임 목회를 맡고 있는 이들도 본인 주도로 개척한 경우가 대부분(81.8%)이었다. 이는 탈북민 목회자들의 교회 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로 볼 수도 있지만 기존 교회에 청빙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탈북민 목회자이기 때문에 갖는 유익도 많았다. 평범한 케이스가 아니기에 관심과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고 조금 부족한 점도 이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 탈북민 목회자의 장점으로 꼽혔다. 탈북민 목회자들은 탈북민이기에 받는 유익(65.9%)이 불이익(29.3%)보다 더 많다고 응답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탈북민 목회자들의 만족도와 자부심은 대단했다. 탈북민 목회자들의 92.7%는 아무리 힘들어도 목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현재 목회에 만족한다는 응답 역시 80.5%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목회자로서 자부심이 매우 있다는 대답은 72.5%, 약간 있다는 응답은 27.5%로 자부심이 없다는 목회자는 한 명도 없었다.

통일 이후 전문성을 활용한 북한 선교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통일 후 북한에서 목회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96.1%가 매우 있다고 답했으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한 목회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밖에도 탈북민 교회의 장점(중복응답)으로는 같은 탈북민이라는 동질감과 친밀감(97.6%), 성도들의 북한말 설교 선호(12.2%), 유익한 정보 공유(9.8%)가 있었고, 단점(중복응답)으로는 헌금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48.8%), 교회를 쉽게 떠남(24.4%), 북한식 생각을 고집(24.4%), 믿음이 잘 자라지 않음(22.2%) 등이 꼽혀 신앙적 성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영 교수는 그동안 탈북민 목회자에 대한 실태 조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사였다고 평가하면서 청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볼 때 교회 안에서조차 탈북민에 대한 편견이 여전함이 드러났다. 탈북민 목회자들도 다양하고 좋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은 만큼 편견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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