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시 호감 가는 집단이 될 수 있을까
상태바
교회, 다시 호감 가는 집단이 될 수 있을까
  • 이인창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1.27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특집-기독 언론인이 바라보는 한국교회 이미지와 개혁 과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교회를 매섭게 내리쳤다. 교회의 약점 같았던 부분들이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었고, 뉴스로 보도됐다. 한국교회 이미지는 그야말로 추락이다. 일반 언론매체에서 종사하고 있는 기독 언론인들도 이런 한국교회 현실을 보는 것이 괴롭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교회 변화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개혁 과제는 무엇일까. 창간 34주년 특집으로 일반매체에서 활동한 전현직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이문노 iMBC 전 부사장
이문노 iMBC 전 부사장

“품격을 갖추고 진짜 기독교 가치를 보여줘야”

| 이문노 iMBC 전 부사장

MBC보도국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iMBC 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을 지낸 이문노 장로. 이 장로는 복음 전파, 특별히 다음세대와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눈높이에 맞는 한국교회의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장로는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미디어 환경도 SNS와 유튜브 등 굉장히 빠르게 다매체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그런데 교회는 세상의 속도를 못 쫓아가는 것 같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고민해야 다음세대와의 만남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로는 과거 한국교회는 세상 문화보다 앞선 문화로 여겨지던 때를 떠올렸다. 

“제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교회는 청소년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기독교적 측면에서 열어주는 곳이었습니다. 교회에 가면 세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교회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학교에 가서 학생회를 리드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생각에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나도 힘을 잃어버렸다. 복음 자체가 힘을 잃었다기보다 실질적인 액션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복음의 균형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을 외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변화를 요청했다. 

더 나아가 이 장로는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바람직한 지도자의 등장이 시급하다고 꼽기도 했다. 과거 훌륭한 지도자들이나 교회, 연합기관이 중심을 잡아주었던 반면, 오늘날 연합기관은 힘을 잃었고 대형교회는 마치 재벌처럼 먼 곳으로 올라서 버렸다는 생각이다. 

“지도자들은 개인적인 문제로 세상에 바른 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것처럼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예배를 빙자한 정치집회, 그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표정을 보십시오. 사회 이슈를 다루며 입에 차마 담지 못할 발언을 하니, 교인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인이라도 얼마든지 정치적 이슈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비난보다는 사랑에 기반을 둬야겠죠. 진리의 말씀 속에서 품격을 갖춰야 합니다. 기독교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합니다.”

이 장로는 끝으로 “기독교 언론이야말로 교계 이슈를 가장 가까이 애정 있게 다룰 수 있는 곳”이라며 “교회의 밝은 곳을 환하게 비추고, 썩어가는 곳은 공의롭게 다룰 수 있도록 독립적인 역할이 보장돼야 하고,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동현 TJB 대전방송 기자
노동현 TJB 대전방송 기자

“지친 마음 위로할 굿 뉴스가 필요합니다”

| 노동현 TJB 대전방송 기자

TJB 대전방송의 노동현 기자는 올해로 16년째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을 주 무대로 취재현장을 누비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초년기자 시절부터 ‘사람과 희망’이라는 키워드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을 취재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왔다. 

한국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비롯해 ‘환경언론인상’, ‘한국방송대상’ 등 그가 거둔 다수의 수상경력은 자랑스러운 훈장인 동시에 세상을 향해 쏟아낸 애정의 증거이기도 하다. 

취재현장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원동력은 신앙이다. 새로남교회(담임:오정호 목사) 집사이기도 한 노 기자는 “회사에서도 취재현장에서도 신앙을 드러내는 편”이라며 “나부터 좋은 기독교인으로 본을 보여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소신을 들려주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에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도 교회와 기독교단체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고, 그대로 뉴스를 탔다. 노 기자는 “신천지나 이단 집단에 대한 뉴스도 정통 기독교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다. 결국 전도를 하는 데도 방해가 되고, 더 큰 문제는 팩트 이상으로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교단과 교회, 목회자가 많다 보니 자연히 사건 사고도 그에 비례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이단 집단, 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사이비가 많지만, 비기독교인은 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셋째는 교회에 대한 기대감이다. 노 기자는 “현장에서 만나는 취재원이나 동료 기자들 모두 교회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높은 도덕적인 잣대를 대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교회 관련 기사뿐 아니라 타 종교 기사도 시청자들이 균형 있게 볼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동료 기자들에게도 오해가 있는 부분을 잡아주고 있다. 

“더 좋은 건 아무래도 복음을 전해서 예수님을 믿게 된 기자들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닐까요? 교회가 펼치고 있는 선한 일들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굿 뉴스를 발굴하는 노력도 더 많이 해야할 것입니다.”

그는 출석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나온 수익금을 꾸준히 20억 이상 기부했다는 보도를 하자, 동료 언론인들부터 시청자들까지 놀랍다는 반응을 최근 접했다. 교회 주변에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가 많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흉악범죄가 잦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게 굿 뉴스 아닐까요. 교회가 계속해서 따뜻한 뉴스를 만들어낸다면 교회를 향한 인식도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경철 YTN 아나운서
나경철 YTN 아나운서

“교회가 정치에 휩쓸리지 말아야 할 때”

| 나경철 YTN 아나운서

YTN에서 아침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나경철 아나운서는 기독교 매체에서 활동한 바 있다. 평소 신앙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교회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은 보기 드문 일반매체 언론인이다. 교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데스크에 앉아 뉴스를 전할 때면 안타까운 순간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회를 향한 날선 비판을 접할 때마다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제일 안타까운 부분은 교회가 잘하고 있다는 뉴스보다 안 좋은 뉴스들이 많은 겁니다. 코로나 변곡점에서 교회 관련 기사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교회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지만, 인식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스튜디오 안에 있으면 인이어(In-Ear)를 통해 “또 교회네!” ,“진짜 교회 왜 그러나” 하는 불만의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그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나 아나운서는 교회에 대한 긍정보다 비판 뉴스가 많은 것은 언론 속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소재를 다룰 수 없는 현실 가운데 보다 자극적인 소재가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판 보도들이 한국교회 민낯인 경우도 많다.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과제들이 터져 나왔다는 것을 교계 현장을 경험해본 그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언론들이 교회를 잘 모르는 것은 맞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와 관련해 특정 목사와 관련된 보도가 자주 등장했지만, 사실 한국교회 안에서 보면 일부분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 교회 전체인 것처럼 보여주는 뉴스가 많습니다. 괴리감이 큰 현실을 현장에서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교회 현실과 신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현장에서 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인식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나 아나운서는 최근 대선 정국을 보내면서 교회가 비판의 소용돌이에 휘말릴까 조마조마하다. 특히 목회자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최소화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일반 매체에 종사하는 언론인이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전한 당부였다.

“제발 교회가 정치에 따라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교분리원칙을 유·불리에 따라 해석·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온전히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도록 정치적 언급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