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 구겨진 자화상
상태바
취재현장 : 구겨진 자화상
  • 승인 2004.08.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영호 기자

일반인들의 생각이 이렇게 혹독할 줄은 몰랐다. 교회에 대한 갖가지 비판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지만 그것은 오로지 애정 어린 비판으로 만 생각했었다. 헌데, 최근 드러난 자료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에 가까울 정도로 칼날이 날카롭다. 그런데도 교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비난에 가까운 설문결과에도, 이것을 비중있게 다루는 일반 언론의 편집행태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슬픈 일이다.

교회성장연구소가 전국 대도시 거주 불신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불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불과 10%만이 목회자를 신뢰한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그리고 현재 기독교가 갖는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진리전파보다 교세확장이 우선이다’라고 밝힌 비율이 무려 32%를 넘었다. 헌금강요(19.4%), 규율강조(15.5%)도 빼놓지 않았다.

일찍이 나라의 기틀을 마련했던 위대한 선각자들 모두가 기독교인으로서 존경을 한 몸에 받았는데 불과 반세기를 넘어선 현재에는 어떻게 해서 이리도 참담한 결과에 직면하게 됐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은 교회지도자인 목회자에 대해서 인격(30%)과 사랑(25%)이 아쉽다고 했다. 뒤집으면, 현재 교회지도자들에게서는 존경할만한 인격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단에서 그렇게도 외쳤던 이웃사랑을 실천하기만 했어도 이같은 부끄러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언행일치가 문제다.

과거에 교회출석을 했거나 아니면 여전히 불신자인 이들 설문응답자들의 생각이 꼭 정확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집계결과를 ‘비중있게’ 다루는 일반 언론계의 편집방향을 놓고 볼 때 사회적으로 교회의 이미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실추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일반 언론들은 문화면 상단부분을 할애하며 도표까지 그려 넣어 친절하게도 실추된 교회이미지 설문결과를 게재했다. 이것은 기독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그런 식으로 보도해도 상관없는 교회의 무신경이 자리잡고 있어 앞으로 교회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흔한 말로, 교세확장에만 신경 쓴 탓에 목회자의 자기성찰은 오간데 없고, 교인의 제자화를 추구한다며 도입된 셀 운동은, 여전히 계량주의 틀 안에 갇혀있다. 변화와 변혁을 향한 최소한의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최근 우리 교회들의 구겨진 자화상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