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앞두고 좌충우돌 교회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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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앞두고 좌충우돌 교회협
  • 승인 200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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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를 주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환영만찬 순서자 결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는데다 세계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드릴 공동예배 마저 제대로 드려질지 아직까지 미지수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6천만원에서 8천만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세계교회협 실행위의 재정후원은 7월 하순까지 제로상태다.

세계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의 한국개최는 아시아지역에서 처음 열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정책적인 계획을 세워가며 일부러 먼 나라인 한국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인 이슈인 것이다.

세계교회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용공단체는 아니다. 단지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와 대결구도를 청산하는 유일의 방법으로 ‘협력’을 촉구했던 것이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용공으로 몰린 것뿐이다. 세계교회협은 쉽게 말하면 IOC(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같다. 혹은 월드컵조직위와도 비교된다. 각 나라에 회원을 둔 국제조직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예장 통합총회, 기독교장로회, 기독교감리회, 성공회 4개 교단이 세계교회협 회원교회이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유관단체이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국제적인 기독교단체의 핵심지도력이 한국 땅에 모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회의를 주최하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준비는 연일 좌충우돌이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22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드러났다. 이날 교회협 총무 백도웅목사는 “국제회의에 필요한 회원교회 분담금 8천만원이 아직까지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교단들의 무성의에 유감을 표시하며 돈 없이 국제행사를 치르느라 그동안 빚만 쌓였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회원 교단과 실무진의 갈등이 드러난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세계교회협 실행위원들은 개개인을 두고 볼 때 천주교의 ‘대주교급’에 버금가는 위치의 인물들이다. 각 나라 종교정책 및 국가정책에 영향을 끼칠 막강한 파워가 집중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교회협이 이들을 대하는 자세는 ‘환영만찬’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한다는 등 한국교회의 화려한 영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교회협 실행위원 이삼열목사(숭실대 철학과)는 “이처럼 큰 행사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설교자 배정조차 오락가락하니 한심한 상황”이라며 “회비 5만원을 내야 입장하는 환영만찬을 마치 융슝한 대접이라도 하는 것인 냥 생각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삼열목사는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올림피아파크텔 같은 곳에서 열리는 만찬에 신경 쓰느니 차라리 공동예배를 드릴 예배당을 마련하는 것이 더 적절한 예우”라고 쓴 소리를 연이어 쏟아냈다.

교회협의 한 관계자는 “환영만찬을 통해 오는 2013년 총회유치 로비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귀뜸까지 했다. 세계적인 개신교 정책회의를 유치한 한국교회의 최근 준비상황은, 기독교적인 고유색채 대신 세속적인 환영색채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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