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빠들의 모임, 사실상 실종상태
‘교회의 허리’가 부실하다. 교회마다 ‘선교회’ 또는 ‘전도회’, ‘성도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연령대별 조직이 있다. 보통 30~40대 남성으로 이뤄진 ‘(몇)남선교회’는 교회의 허리로 불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나이대는 교회의 취약한 세대로 전락해버렸다. 의사소통에서도, 교회 일을 하는데에도 큰 힘이 될, 아니 큰 힘이 되어주어야 할 나이임에도 이제는 “교회에 나와준 것만도 고마울” 지경이 되어버렸다.
서울 백석대학교회(담임:곽인섭 목사) ‘요한선교회’는 39~47살 남성으로 구성돼있다. 선교회장을 맡고 있는 차용기 안수집사에게도 고민이 많다. 차 집사는 “주보에 보면 나이별로 선교회 구성이 적혀있긴 하는데 저희를 비롯한 3040 남성들은 사실상 모임이 이뤄지기 어려울 정도”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오면서 참여율이 더 저조해졌다”고 말했다.
해당 연령대에서 등록하는 새 신자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 처음에 인사만 하는 정도로 그치고 모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직장에서도 가장 바쁠 나이이고, 집에 가면 아이들을 봐야 하는 아빠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 봉사는커녕 모임을 하기도 쉽지 않겠죠. 안타까운 것은 지금 소극적으로 변한 아빠들이 청소년·청년 시절에는 누구보다 교회 생활에 열정적이었던 이들이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형편에는 공감하지만, 저부터 하나님께 중보기도 하며 말씀과 기도로 남성도들을 섬기지 못했음을 회개하게 됩니다.”
차 집사는 일찌감치 교회학교 스텝으로 섬겨왔다. 함께 섬기는 동역자들의 연령대도 청년 다음에 곧바로 50대일 만큼 중간이 텅 비었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연령대 남성도들을 봉사로 초대할지가 늘 고민이다.
차 집사는 요즘 젊은 아빠들이 과거 과묵하고 엄격했던 아버지들에 비해 아이들과 친밀하고 ‘경험’을 심어주는 일에 관심이 많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점을 신앙교육으로 전환해주면 교육부서의 봉사에도 도움이 되고, 남선교회 모임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차 집사의 ‘전략’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 아이들에게 ‘경험’을 시켜준다면서 야외활동도 많이 하는데 정작 신앙 경험에는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맡겨놓고 어디론가 다들 사라지시는데, 저희 봉사자들끼리 늘 하는 이야기가, 아이 한 명 맡기면 적어도 부모 한 명은 스텝으로 같이 참여하고 둘 이상 보내면 부부가 함께 섬겨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제안을 아빠들에게 하고 있고, 이런 부담이 결실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차 집사는 끝으로 아빠들을 향해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면 여유가 찾아오는 만큼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말고 함께 신앙생활에 동참하자고 권유했다.
“아이들이 안 놀아줄 때가 옵니다. 보통 중학교 시기가 되면 아이들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아빠들은 여유가 생기죠. 더군다나 요즘 회식 문화도 많이 줄어서 시간도 많아졌잖아요. 나중에 오려면 낯설고 힘듭니다. 가느다란 끈이라도 붙잡고 가시길 권합니다. 저도 어색해하지 않고 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