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선교의 핵심 현장은 군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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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의 핵심 현장은 군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11.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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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군선교의 최전방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살면서 교회 한 번 나가본 적이 없다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모태신앙인 기자조차도 입어본 적이 없는 성가대복을 입고 소리 높여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군생활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동기의 이야기다. 그는 원래 크리스천인 장병조차도 잘 챙기지 않았던 오후 예배 시간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어쩌면 눈 감는 날까지 교회에 나가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을 지도 모를 인생이다. 돌이켜보면 예수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그가 성가대복을 입었던 것은 군대였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기댈 곳 없는 군 생활 가운데 교회가 위로가 됐다는 의미일 테다.

출산율이 감소한 2010년대 이후로 20대 남성이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하는 비율을 뜻하는 징집률은 90%가 넘어섰다.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성인 남성이라면 열 중 아홉은 총 한 번씩 쥐어봤다는 얘기다.

누구 하나 즐거운 마음으로 올리는 만무할 군대라지만 청년 선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완전히 달라진다. 교회 안에서는 그리도 찾기 어려워졌다는 멸종위기 1청년이 군대 안에는 흘러넘친다. 군 선교의 최전방에 선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김삼환 목사)의 역할이 새삼 중요한 이유다. 지난 5일 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를 만나 내년 50주년을 앞둔 군선교연합회의 사역과 비전을 들어봤다.

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군선교에 지원이 절실하다”며 “군선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예장 백석총회가 진행한 진중세례식 현장.
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군선교에 지원이 절실하다”며 “군선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예장 백석총회가 진행한 진중세례식 현장.

 

대한민국의 시작과 함께한 군선교

군 선교가 시작된 역사는 의외로 대한민국의 시작과 그리 멀지 않다. 한국군 최초의 군종 활동은 19489월 해군 창설과 함께 시작됐고 195011월에는 공식적으로 해군 군종목사 제도가 창설됐다. 육군의 경우 19512월부터 국가 공식 제도로 자리 잡았다.

군종목사 제도가 시작된 계기가 드라마틱합니다. 1950년 총탄이 빗발치던 6.25 전쟁 중이었죠. 젊은 장병들은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 그리고 그 비극의 주인공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떨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익명의 미군 병사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성직자가 군에 들어와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가슴을 신앙으로 무장시키고 죽음의 두려움을 없게 해달라고요.”

그때부터 군종목사 제도는 한국군의 역사와 발걸음을 같이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단체인 군선교연합회가 시작된 것은 그보다 조금 뒤인 1972년부터다. ‘전군신자화후원회라는 이름으로 연세대 초대총장을 지냈던 백낙준 박사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후 단체의 이름은 군복음화후원회를 거쳐 1999년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

군선교연합회의 핵심 사역인 진중세례 사역이 시작된 것 역시 군선교연합회가 출발한 1972년이다. 당시 육군 1군사령관이던 한신 장군이 11종교 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전군신자화 운동에 불이 붙었고 1972425일은 육군 20사단에서 3,478명이 세례를 받는 역사적인 첫 진중세례식으로 기록됐다.

시작부터 한국교회와 함께한 군선교연합회는 지금도 한국교회 연합기관으로 모든 교회들이 동참하는 사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중세례부터 군 교회를 건축하고 리모델링하는 일, 겨울철 혹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위한 사랑의 온차 사역, 군내 이단이 침투했을 때 대처하는 일도 맡고 있죠. 그리고 최전방에는 260여 명의 군목과 600여 명의 민간인 군선교사들이 분투하고 계십니다.”

 

교회 이미지, 군대에서 바뀐다

사실 군선교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손꼽히는 진중세례는 그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많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매년 수만 명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숫자에는 기존 기독교 신자도 포함돼 허수가 많고 선물을 위해 세례만 받고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 이정우 목사도 그런 논란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목사가 진중세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숫자가 아닌 현장에 있었다.

군선교 현장은 사회와는 전혀 조건이 다릅니다. 이곳에선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요. 입대한 순간 모래시계가 뒤집히고 제대라는 제한시간이 오기 전까지 승부를 걸어야 해요. 그때를 허무하게 지나면 이 청년이 복음을 접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 한 번을 놓치게 돼요. 그래서 관문부대에서 먼저 세례를 줘서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인식을 심는 진중세례식은 자대배치 후에도 교회로 향하게 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한국교회 이미지의 추락은 가볍게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청년 세대 사이에서의 교회 이미지는 안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랬던 청년들이 군 교회에 고개를 내밀었다가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져서 돌라간다. 관문부대 사역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장병들이 군에 와서 제일 첫 시간을 보내는 입소대대에서 인터뷰를 해본 일이 있습니다. 그 중 무교인 장병들에게 종교를 믿는다면 어디로 가겠느냐 물었죠. 천주교와 불교로 간다는 이들이 10명 중 1~2, 나머지는 갈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기독교는 한 명도 없었어요. 그만큼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이들이 정작 훈련소에 가면 10명 중 7명이 교회로 갑니다. 그곳에서 절반 정도가 웃다 울다 눈물을 흘려요. 애인, 부모 생각하며 울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교회에 와서 그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이에요. 그런 경험을 한 장병들은 교회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고치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비전 2030을 향해

군선교연합회는 비전 2020’ 운동을 선포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했다. 핵심 사역인 진중세례를 통해 연간 20만 명의 장병을 양육하고 한국교회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상당했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논산 연무대 군인교회에서만 167만여 명이 진중세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세례는 많이 줬으나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해 거품이 많았다. 게다가 기독교인 도장을 받은 장병들을 훈련시키고 양육해 교회로 연결하는 것에는 비교적 큰 힘을 쏟지 못했다. 본부와 현장 사역자들과의 체계적인 연대도 아쉬움이 많았다.

이제는 다음 단계가 필요할 때다. 스마트폰 도입과 코로나19 사태 등이 이어지며 군선교 지평도 크게 달라졌다. 군선교연합회는 새로운 깃발인 비전 2030을 수립하고 꺼내들었다. 비전 2030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군선교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육군의 경우 여러 사단이 통폐합되고 병력은 줄고 있어요. 예전에 60만 장병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는데 이젠 50만 장병으로 줄었습니다. 그 영향은 60여 개 군교회가 용도 변경되거나 폐기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부대가 이전하며 사라지는 교회의 사레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전 2030에서는 핵심사역인 진중세례는 꾸준히 이어가되 초점은 달라진다. 자대 배치받은 장병들을 양육하는 것과 전역 후 지역교회 및 선교단체에 연결하는 것에 보다 더 집중한다. 사역의 주체도 본부에서 현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신세대 장병들을 위한 뉴미디어 콘텐츠도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청년이 이 땅의 미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교회의 미래이기도 하고요. 그런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심장부가 바로 군선교 현장입니다. 발을 떼기만 하면 물고기들이 많은 현장은 이곳밖에 없어요. 군선교를 위해 단순히 기도하는 것뿐 아니라 장병들이 세례 받고 양육 받고 한국교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군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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