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 미디어, 그리고 ‘위험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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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 미디어, 그리고 ‘위험한 상상’
  • 승인 200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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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기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충격에 휩싸여 있다. 사회적 소외와 차별, 개인적인 신병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잔혹함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구속된 범인 유씨는 비디오를 보고 범죄의 방법을 익혔다고 했다. 각종 폭력과 공포가 난무하는 영화야말로 범죄의 좋은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일명 조폭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친구’가 흥행을 하면서 이어져 나온 조폭 영화는 점점 잔인하게 변해갔다. 여기에 경찰들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마저 흥행을 위해 잔혹한 장면을 앞다퉈 삽입했다.

처음 혜화동 부유층 노인 살인사건 보도를 접했을 때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부모에게 칼을 휘두르고 아무 원한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주인공의 범행은 지금 유씨가 저지른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이보다 더 잔인한 영화도 많았다. 문제는 많은 범죄자들이 영화를 통해서 모방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미디어는 사회를 보는 거울이다. 동시에 사회 문화를 선도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돈과 인기에 영합한 미디어 상품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노골적으로 타락해 가고 있다.

미디어의 위험성은 폭력물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방영되는 모 방송사의 일일 드라마는 버젓이 무속을 추켜올리고 있다. 힘든 세상사속에서 주인공들은 무당을 찾고 무당은 ‘전지전능’하게도 아픈 곳을 콕콕 집어낸다. 방송의 위험수위는 점점 높아져 지난 19일 방송분에는 ‘영험한(?)’귀신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무속을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드라마 한편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양 무속에 빠져든다. 가뜩이나 힘든 사회 상황속 에서 문제해결을 무속인에게 구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제는 뉴스마저도 더 자극적으로 편집하며 시청자의 눈을 괴롭히고 있다. 잔인한 범죄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당장의 시청률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뉴스까지 이 정도로 변질됐으니 미디어의 위험수위는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다.

이젠 미디어를 접하는 방법부터 다시 교육해야할 시점에 도달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기독교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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