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없이도 그리스도인의 ‘구별된 삶’ 사회관계망 통해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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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없이도 그리스도인의 ‘구별된 삶’ 사회관계망 통해 전파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10.27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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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회에서의 예배와 전도 ③

이상에서 말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항에 대한 해답이 세 번째 정리인데, 기독교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기독교 예배는 신자들만의 모임으로 불신자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음으로 전도의 수단이 아니었고, 초기교회는 전도나 선교를 명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울 이후 공개적인 전도행위가 있었다는 흔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간 널리 전파된 것은 공개적인 혹은 조직화된 선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사회관계망(everyday social networks)을 통한 전파였다. 이 점을 강하게 주창한 이가 램지 맥멀런과 로드니 스타크였다. 사회관계망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맺게 되는 인간관계를 총칭하는데, 가족, 인척, 이웃, 직장의 동료 혹은 각종 소규모의 조합이나 단체에서 교류하는 인적 관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마주치고 교제하고 교류하듯이 초기 기독교 성도들도 외로운 섬에서 혼자 살지 않고 사회 한가운데서 비신자들이나 이교도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을 나누고 신앙적 삶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사회 관계망을 통해 기독교가 전파되었다.

당시 로마사회에는 여러 종교들이 있었지만 전도하지 않았고 배타적이지도 않았다. 이것은 다종교사회의 특징이기도 한데, 한 가지 종교를 신봉하면서도 또 다른 종교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것은 한 가지 종교는 각기 다른 한 가지 기능을 행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여러 종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로마사회에서 종교들은 전도하지도 않았고, 배타적이도 않았다.

그러나 기독교는 이와는 분명하게 달랐다. 비록 공개적인 혹은 조직화된 전도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전도의 의지가 있었고 배타적이었다. 이런 전도성향과 배타성의 조합이 기독교의 성공을 가져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바트 어만은 주장하고 있다. 전도는 하되 배타적이지 않았다면 신자는 증가할 수 있으나 이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배타적이지만 전도하지 않았다면 유대교처럼 소수 종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풍산이나 다산, 전쟁에서의 승리, 예술의 진흥 등과 같은 한 가지 기능을 행사하는 그런 로마제국의 한 종교가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종교로서 유일신 사상을 가진 종교였다. 따라서 기독교를 받아들이면 다른 종교를 버려야 했다. 결국 기독교의 전파는 다른 종교 신봉자의 종교적 이행(移行)을 가져왔다. 

넷째, 초기 기독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의 삶을 통해 복음을 전했다는 점이다. 앞에서, 초기 기독교의 예배는 기독신자들만의 모임이었고 불신자들이나 이교도들은 예배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 곧 예배는 전도의 도구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초기 교회 지도자들이나 교부들은 전도를 권하거나 전도를 하도록 설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배는 대중에게 열려있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전도하지도 않았고 전도하라고 권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교회가 성장하고 신자수가 증가할 수 있었을까? 

공개적이거나 조직적인 선교는 없었지만 일상의 관계망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런 관계망 전도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구별된 삶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알란 클라이더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예수를 닮은 분명한 구별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예배란 무엇이었을까? 예배란 그리스도를 형상화 하는 것, 곧 교회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문화 속에서 선교사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양육하는 현장이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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