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모이는 것이 중요했고, 예배는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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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보다 모이는 것이 중요했고, 예배는 단순했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9.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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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예배드렸을까? ①

예배(禮拜)란 사전적으로 ‘초월적 존재 앞에 경배하는 의식’인데, ‘절하다’라는 뜻과 ‘섬기다’라는 의미가 있다. 예배를 뜻하는 워십(Worship)이라는 말은 worth-ship, 곧 합당한 가치를 돌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예배란 종교적 숭배의 대상에 합당한 가치를 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배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예배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신들을 향한 종교행위로서의 예배는 이방종교에도 실행되는 의식이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예배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예배 받으실만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참된 예배이다(출 20:3~10, 신 10:12~13, 왕하 17:37~40). 둘째는 기독교 예배는 이교의 예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교의 예배는 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드리는 예배이지만, 기독교의 예배는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듣고 베푸시는 은혜를 받고, 감사하고 응답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곧 예배는 우리가 믿은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에 대한 감사이자 응답이다(히 4:16, 눅 7:36~50, 17:11~19). 셋째, 예배는 예배자의 신관(神觀)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기도할 때는 항상 동쪽을 향해 기도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믿는 신은 동쪽에 거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배의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예배 방식이 결정된다. 즉 예배는 그 믿는바 신적 존재에 대한 인식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믿은 바에 따라 단순한 형식의 예배를 드렸으나 2세기 교회가 조직화되고 제도화되어 감에 따라 예배를 위한 예전이 생겨나게 되고,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 차츰 의식화되기 시작했다. 교회에 교계(敎階) 제도로 화하게 되자 예배 순서도 복잡해지고 중세시대에는 예배가 더욱 의식화(儀式化) 되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제도의 개혁과 함께 예배 형식의 개혁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중세 이전의 초대교회의 단순한 예배 형식을 회복하려고 한 것이다. 청교도들 또한 영국 국교회의 복잡하고 의식화된 예배의식의 개혁을 추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예배했을까? 우선 주목할 일은 초기 성도들은 예배를 위해 한 장소에 모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유대인들의 관습을 따라 성전에 모였으나(행 2:46, 5:42, 눅 24:53) 점차 가정집에서 회집하기 시작했다. 어떤 다락방이나(행 1:13), 요한 마가의 모친 집(행 2:1, 12:12), 예루살렘의 개인 가정집(행 2:46, 5:42, κατ’ οἶκον), 그리고 다른 곳의 가정집(고전 16:19, 롬 16:5, 몬 2, 골 4:15)에서 모였다. 신자들은 부유하지는 않으나 자신들의 주택 제일 큰 공간에서 모였고, 참석 인원은 15명에서 20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비신자들, 혹은 이교도들도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을까? 적어도 64년,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정치적으로 박해하기 전까지는 이교도들도 원하는 경우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점은 고린도전서 14장 23, 24절이 암시하고 있는데,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방언이나 예언을 말하면 “알지 못하는 자들이나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들어와서(outsiders and unbelievers enter...) 너희를 미쳤다하지 아니하겠느냐”고 말하면서 그렇게 처신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기사는 초기 예배에서 불신자들이나 이교도들의 참석이 거부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네로 박해 이후에는 기독교인들만의 회집으로 정리되었고 이 일로 기독교는 ‘비밀 결사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여러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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