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 받은 지현길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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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 받은 지현길 군
  • 승인 2004.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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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른 능력 주신 하나님께 감사”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국제 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금메달을 수상한 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천안 나사렛대학교 정보과학부 2학년 지현길(20·인천계산중앙감리교회/담임 박재환목사)군이다.

국제 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의 출전자격은 매년 국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기능 경기대회’에서 1등을 해야하며 매 3년 간 1등으로 입상한 3명이 다시 기능을 견주어 1등을 해야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현길군은 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국내대회에서 1등에 당선된 까닭으로 지난 대회를 참가하게 됐고 워드프로세싱부문에서 최연소 1등을 거머쥐었다.

청각장애와 함께 연습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1등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 지현길 군은 태어날 때부터 원인도 모른 채 장애를 갖게됐다.

지군의 어린 시절은 동네 아이들과 힘차게 뛰어 놀아야 할 나이였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또, 수화로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해 힘겨운 자신과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마냥 즐거운 것 같은데 무슨 얘길 하며 어떻게 노는 것인지 몰라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면 수화도 배우고 다른 방법들을 찾았을 텐데 부모님께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제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셨죠.”

가족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을 원망하며 불평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취학하면서 병원을 찾게 됐고 의사의 말을 통해 청각장애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수화를 배웠고 특수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학창시절엔 특수학교를 다녔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또 계속 성장해 가면서 저의 장애를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게 됐죠. 왜냐하면 사람마다 능력을 다르게 주신 하나님을 깨닫게 되면서 저에게도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달란트가 있을 것이라 믿게됐죠. 지금은 조금의 불평이나 불만도 없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친구들이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즐거운 모습으로 어울리는데 속상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다고 어린 시절의 아픈 마음을 고백했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도 듣고 살아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어쩌면 현길군은 듣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컴퓨터 게임 프로그래머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만졌다. 이모가 선물해준 컴퓨터로 갖가지 게임을 즐기며 들을 수 없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매료되어 컴퓨터 삼매경에 빠지게 됐다.

“저의 꿈은 건전하면서 유익한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컴퓨터게임을 하다보면 갈수록 선정적인 게임들과 유익하지 못한 내용들의 게임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러한 것들을 보완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게임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고 싶어요.”

장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지현길군은 대한민국 사회의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위의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찍부터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봐 왔어요. 그러한 장애인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면서 희망을 품고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는 이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앞서간 선배의 역할로서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진정한 강점과 장점들이 무엇인지 찾아주며 그들의 삶 가운데서 멘토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전했다.

“할 수 있다는 말과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 또한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뜻을 모른 채 자신감을 잃고 살았었다면 힘든 순간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겠죠.”

지군은 자신의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하나님께서 운행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과 함께 늘 격려를 아끼지 않은 문현주 지도교수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힘들때면 항상 웃는 얼굴과 자상한 모습으로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구분없이 한결같이 대하는 문현주교수(청주서원경교회)를 떠올렸고 대회기간 내내 기도하고 일일이 점검해 주었다며 감사해 했다.

“문교수님은 항상 학생들의 생각에 서서 일하시고 또, 저희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세요.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아 학생들이 교수님을 많이 찾아요.”

집이 인천인 현길군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천안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통학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등교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길이가 멋쩍어 하며 한마디 건넨다.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기차에서 책도 읽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남들과 공평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기도 하구요. 또, 미처 집에서 하지 못한 과제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하죠.”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취업이 너무 어렵다며 능력과 무관하게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거절당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장애인중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이가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것조차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잖아요.”

장애를 가졌어도 순간 순간에 열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뜻하는 바가 모두 이뤄질거라 격려하는 담임목사의 말을 떠올리는 현길군은 기도한다.

‘장애인을 더 이상 다른 존재가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속의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송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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