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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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기(하)
  • 승인 200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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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북한선교의 거점 연길에서 만난 하나님 조선족 선교현장을 가다

7박8일간 진행된 중국연수 과정에서 연수단 일행이 가장 놀랐던 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었다. 마치 중국의 경제시계는 1분에 120초씩 흘러가는 것 같았다. ‘배고픈 공룡’ 중국이 먹어대는 철강과 자재는 항주에서 연길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빌딩건축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불과 14년 만에 이루어진 경제도시 상해의 비약적인 발전,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분주한 북경의 모습은 느슨해진 한반도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지난 5일 인천공항을 떠나 항주에 도착한 연수단은 사흘 뒤인 8일에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에 도착했다. 한국교회가 가장 많이 선교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곳이며 우리 조상들의 삶과 역사가 숨쉬는 연길, 북한의 문화와 인접하고 남한의 경제풍토를 받아들인 연길은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 또 다른 ‘한국’의 모습이었다.

연길에서의 일정은 한국교회가 지원하는 선교현장 탐방이 주를 이뤘다. 9일 연길에서 맞는 첫 아침은 하나님의 안식일로 시작됐다. 연길 백산호텔에서 두 시간 남짓 달리자 시골 한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국내교회가 지원하는 중국의 삼자교회인 C교회가 선교활동 중에 있었다.

농촌마을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주일예배를 드리는 성도는 많지 않았다. 젊은 남녀와 노인 모두 합해 10여명 남짓. 그들은 찬송을 부르며 K전도사가 이끄는 예배에 참예하고 있었다. 중국 시골교회의 풍경은 한국의 그 곳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시골마을에는 노인들이 남아 있을 뿐이며 농번기를 앞둔 주일 오전예배는 그들에게 사치와도 같았다.

K전도사는 “농촌교회 선교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가난한 농촌의 현실을 토로했다. 중국의 농촌은 국유지를 가족수만큼 임대받아 농사를 짓는 소작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농촌경제 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이들이 일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은 도시 근로자 한 달 임금에 불과하다.

C교회는 한국의 반석교회(담임=박정미목사)와 말씀권능선교회 대표회장인 박영균목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4년전 중국을 방문한 신문협회 최규창국장이 조선족이 가장 많은 곳에 자리한 교회 한 곳을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대해 연변조선족자치주 허몽림종교실장의 소개로 연변 인근의 C교회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C교회는 한국교회의 지원으로 목이버섯농장과 김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지난 해 ‘목이버섯재배장’으로부터 남은 이익금 일부를 마을에 사용했다. 마을회관 기왓장을 새로 바꾸고, 황소 두 마리도 구입해 헌납했다. 또한 마을의 다리 보수공사도 감당했다. 이러한 것은 교회가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이 ‘목이버섯재배장’에서 일을 하고, 보수를 받아 희망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민족교육 발원지 ‘용정’

C교회 예배를 마친 연수단 일행은 용정으로 이동하여 민족기독교 인재를 배출한 대성중학교와 가곡 ‘선구자’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일송정에 올랐다.

청나라의 발원지로 2백년동안 거주가 불허됐던 용정지역은 “주인없는 땅과 강이 있다”는 사람의 입소문을 거치면서 저멀리 부산까지 퍼져나갔다. 1800년대 후반, 배가 고팟던 우리 조상들은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에 그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 생존을 위해 이주가 시작된 용정은 1900년대 들어서면서 일제의 감시를 피해 넘어온 민족투사들의 근거지가 되었다.

민족교육의 창시자로 이 곳 용정에서 수많은 애국지사를 길러낸 김약연목사는 “나라의 식민화는 교육이 약함에 원인이 있다”며 학교를 세워 기독교정신이 바탕이 된 민족 교육을 시작했다. 용정중학교, 대성중학교에서 민족시인 윤동주와 문익환, 강원용목사 등이 배출됐다. 현재 대성중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 학교에는 우수한 조선족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었으며, 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의 역사가 기린 용정지역에 대한 보존과 개발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자칫 사라질 뻔한 역사를 되찾았다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주일 저녁, 연수단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한국비디오선교회(사무총장=김병삼장로)를 통한 신평봉사회에서 후원하는 ‘연변S노인대학’. 훈춘에서 양로원과 유치원 등의 운영을 지원, 협력선교의 모범을 보이는 신평봉사회는 S노인대학의 지원으로 이 지역에서 한국교회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한국의 노인복지시설이 외롭고 소외된 노인 중심이라면 중국 연변에 세워진 노인대학은 소위 ‘엘리트’ 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학습과 예능 문화교육, 취미생활로 이어지는 한 달간의 교육 커리큘럼은 1백여명의 노인학생들의 여가를 책임지고 있었다.

S노인대학이 ‘엘리트 공산당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대해 현지 책임을 맡고 있는 H교장은 “평생을 공산당원으로 헌신해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공산당의 이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사상이 이면에 깔린 학습을 진행하고 여가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아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하나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던가 성경을 교재로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매년 1백여명의 노인학생들이 이 곳에서 배우고 체험하는 것들은 60년 가까이 몸소 익혀온 삶의 방식을 일부 수정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는 교육수준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인과 빈곤층에 집중된 기독교 선교를 지식층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연변지역 선교는 대부분 이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복지와 맞물린 선교방식은 마치 한국선교 초기 해외선교사들이 복음을 들고 온 것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단, 중국현지의 종교상황이 통제와 감시속에 있고, 성령의 뜨거운 열정과 기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선교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튿날인 10일, 연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민족의 명산 백두산을 보고 온 일행은 11일 삼합으로 이동, 두만강 접경지역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불과 2~3년 전까지 주민들을 괴롭혔던 기근의 흔적은 나무 한 그루 없이 벌거벗은 산에서 찾을 수 있었고, 중학생정도의 작은 체구의 소년병사가 두만강 초소를 외로이 지키고 있었다. 산 아래로 보이는 회령시는 주택이 밀집해 있고 두어개의 공장에서 간간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인근 주민들은 “회령의 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선전용으로 연기만 피어낼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연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의 식량상황은 최근 들어 조금 호전됐다. 그나마 옥수수죽과 감자로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없고 힘이 들 때면 연변에 사는 친척을 찾아 두만강 변으로 나서는 사람들. 38선으로 복음을 들고 갈 수 없다면 연변의 복음화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길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뜨겁게 일어난 복음의 열정이 남쪽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건만 정작 복음의 불을 지핀 북한 땅은 굳게 닫힌 채 좀처럼 빗장을 열줄 모른다. 척박한 북한 땅을 바라보는 일행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나님, 북한 땅에 복음의 길을 열어 주소서.’ 북녘당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내면변화 유도하는 대안선교

두만강을 둘러본 연수단은 인근에 위치한 참기름공장과 복지관을 찾았다. 참기름공장과 사회복지관은 동북아선교회(회장=김용덕장로)가 후원하는 곳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이 지역 선교에 집중해온 동북아선교회는 두만강 인근의 조선족의 윤택한 경제생활과 중국 및 북한선교, 그리고 탈북자 지원 등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참기름 공장과 국내교회와의 직거래로 지역주민의 경제적 생활에 보탬을 주고 있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복지관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교회의 형태로, 종합선교센터의 역할을 감당하고 이곳을 찾은 국내외 인사들의 숙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연길에서의 4박5일이 저물어 가고 있다. 11일 마지막 밤 연수단은 사랑밭회(회장=권호경목사, 사무총장=권태일목사)가 운영하는 수재원을 방문했다. 수재원은 중국선교의 전략형 대안으로 꾸며진 곳이다. 만 18세가 될 때까지 종교활동을 할 수 없고, 초등학교 과정부터 정치과목을 통해 공산주의 사상을 배우는 중국의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하나의 대안이다. 연변과 훈춘에 각각 세워진 수재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학비와 숙소를 제공하며 생활을 지도하는 곳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도록 자연스런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권태일목사가 수고하는 연변 수재원은 99년 설립당시 조선족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제는 그 사역은 중국 한족까지 확대하고 있다. 5년동안 수재원을 거쳐간 졸업생은 31명이며 현재 연길과 훈춘을 합해 32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도움을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고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다. 또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장차 중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예비 종교일꾼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권태일목사는 “하나님을 전혀 몰랐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됨을 느낄 수 있다”며 “중국복음화가 젊은이들과 지식층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린 영혼들에 대한 선교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재원의 아이들은 한국방문 기회를 갖고 또한 개교회의 여름수련회와 단기선교단원을 친구로 맞이하기도 한다. 사랑밭회는 연길과 훈춘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올해 산동성과 길림성 4개시 2개현에 수재원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선교의 거점이 되고 있는 연길. 연길에서는 13억 인구를 향한 복음화와 굳게 닫힌 북한을 향한 두 마리 토끼몰이가 한창이다. 보이지 않게 기도하는 지하교회도 그러하거니와 각종 복지시설을 통해 사회주의 내면의 변화를 유도하는 대안선교까지 중국을 향한 한국교회의 구애가 계속되는 한 중국의 복음화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2008년 북경 올림픽과 2010년 상해 세계엑스포를 기점으로 한 걸음 도약을 준비하는 중국. 중국의 성장은 세계경제를 뒤흔들 만큼 충격적이지만 대륙의 복음화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7박8일간의 중국연수, 그중 4박5일 동안의 연변 선교지 탐방은 복음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선배들의 신앙열정이 다시 살아 꿈틀대는 힘찬 감동과 하나님의 계획을 체험하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다음 방문에는 더욱 발전된 중국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 많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로 아쉬운 연수일정을 마감했다.

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단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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