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공회 총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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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공회 총회 결산
  • 승인 200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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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시기 미지수… 교단 반대여론 의식한 듯 21세기 찬송가 개발비만 해마다 수억원 집행 “올해 안에 나온다” “신중히 출간하라” 대립

지난 26일 총회를 개최한 찬송가공회는 ‘21세기 찬송가’ 발행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음악분과와 가사분과의 수정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덧붙여 작업이 95%가량 진행됐다고 설명했지만 발행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공청회를 5~6월경에 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21세기 찬송가’의 발간 추진은 올해로 8년째 접어든다. 그동안 공회가 밝힌 공식적인 개발비용만 십수억 원, 지난해 회의비용을 제외한 개발비 항목으로만 3억4천만원이 지출됐고, 올해 5억7천만원의 예산을 잡아놓고 있다. 여기에다가 회의비용과 교통비, 통일찬송가 보상금까지 합치면 10억이 훨씬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물론 통일찬송가 보상금 5억원은 올해 발행될 경우에 지출되는 내역이다.

공회측은 분과 작업이 미흡하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시제품을 서둘러 내놓아봐야 교단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며 교단과의 조율을 끝내고 선보이려는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러한 추론이 가능한 것은 이미 고신총회가 임원회를 통해 ‘21세기 찬송가’발간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청했고 기하성은 “졸속 제작될 경우 사용치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하는 등 교단의 반대여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까지 가세해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어 자칫 ‘21세기 찬송가’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회측은 올해 안에는 나오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올해 안에 찬송가가 발행되려면 9월 총회 이전에 교단의 찬성여론을 수렴해야만 한다. 성서공회가 개역개정판을 발간하고 주요교단의 사용허락을 얻기까지 3~4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교단의 지지없이 발간된 ‘21세기 찬송가’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또 하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방만한 예산의 운영이다.

이날 회의석상에서 위원들조차 “임원회와 교통비 등 일반 회의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예산으로 회의비용만 7천여만원에 교통비 5천만원이고, 그동안의 작업비용에 공모비용 등이 포함되었다면 올해는 95%의 작업이 끝났음에도 예년과 동일한 예산 2억원을 편성해놓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체계적인 계획없이 추진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가 수년간 십수억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회는 지난해 선교비로 책정된 예산 5천만원 가운데 단 1천만원만 지출했다. 군부대와 교도소 등에 찬송가를 보낸 선교비용이다. 공청회 예산도 2천만원만 책정해 놓음으로써 서울지역 한 곳에서만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번 5개 지역 공청회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21세기 찬송가를 더이상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교단은 없다. 홍보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새로운 찬송가의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공회가 처한 현실이다.

단, 김활용 공동회장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연내 발행을 실현할 것”이며 “교단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질적으로 완성도 있는 찬송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예년과는 다른 가시적인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계일각에서는 방만한 예산집행과 졸속작업에 대한 의혹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한 교계의 신임을 얻어내기까진 어려운 고비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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