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일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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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일감정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7.09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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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이 지난 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이 치솟으며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온라인에 공유되고 있는 이른바 ‘불매운동 리스트’에는 맥주를 비롯해 의류와 자동차, 전자제품, 화장품, 담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과 브랜드들이 이름을 올렸다. 제품 구매 안 하기를 넘어 또 한 가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일본 관광(여행) 하지 않기’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지난해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서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26만여 명으로 중국에 이어 방일 관광객 수 2위를 차지했다.

불매운동은 개인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볼모로 한 아베 총리의 뻔한 정치적 셈법을 마주하며 얄미운 마음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심경이 드는 것은 기자도 마찬가지다. 불행했던 역사까지 감안하면 국민들의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반일감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신앙과 삶’ 코너에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 지금도 피해 지역 사람들을 위해 사역중인 조영상 선교사의 간증을 담았다. 조 선교사에 따르면 대지진 직후 한국에서는 일본의 어려움을 보며 “역사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후원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고 복음을 전했다. 그러자 그 곳에서 복음이 싹을 티웠다. 이 이야기를 다루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기사 제목도 ‘두려움도 미움도 예수의 사랑을 끊을 수 없다’고 지었다. 그래서일까 기사 마감 직후 터진 양국의 분쟁이 더욱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복음은 미움보다 강하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일에 교회가 할 일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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