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유관순 열사’의 삶 복원…후대에 전승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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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 ‘유관순 열사’의 삶 복원…후대에 전승하고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3.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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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관순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한민족이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3.1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으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최근 유관순 열사에 대해 건국훈장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 추가 서훈을 결정했고, 영화·소셜미디어 등 그의 일대기를 다룬 콘텐츠들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 정보들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가운데 천안에 위치한 백석대학교 소속 ‘유관순연구소’는 무려 20년 전부터 유관순 열사의 올바른 이해와 평가를 도모하고자 두 팔 걷고 나서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기(傳記)를 발간하는 등 여러 사업을 펼쳐 괄목할만한 성과도 상당수 이뤄냈다. 때마침 오는 4월 1일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된 날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선, 그간 연구소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증언수집 등 철저한 고증작업
2000년도 10월 12일 국내 최초로 유관순연구소가 문을 연 건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에 의해서다. 국권회복과 민족자존의 가치를 드높였던 독립운동의 상징 유관순 열사의 애국애족 정신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등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창립된 것이다. 이후 △2대 김기창 △3대 박충순 △4대 류영화 △5대 김성철 △6대 박종선 교수들이 차례로 소장을 역임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박충순 교수는 “백석대가 유관순 열사의 고장 ‘천안’의 중심에 있는 만큼 유관순연구소를 세운 것은 당연하고도 뜻 깊은 일”이라며 “천안시로부터 ‘유관순 열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 진흥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연구소는 유관순 열사의 구국운동 배경에 ‘기독교’가 자리했음을 알리는데도 앞장섰다”며 “조국의 구원을 위해 순교자적 죽음을 맞은 유관순 열사의 신앙을 함께 조명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관순 열사가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남아있는 기록유산은 미흡한 게 오늘날 실정이다. 이에 연구소는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는 가족부터 어릴 적 친구, 이화학당 동창들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증언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논문과 열사의 재판기록·호적과 족보·당시 신문 등 각종 사료들을 바탕으로 유관순 열사의 삶을 복원하는데 힘썼다. 백석대박물관이 유관순 열사의 유일한 유품인 삼색 뜨개모자를 소장 중인 것도 이런 연유다.

다음세대에 심기는 열사의 유산
이렇듯 연구소는 수많은 고증 및 발굴을 통해 유관순 열사와 관련한 이설들을 바로잡았다. 먼저는 유관순 열사의 생일을 1902년 12월 16일로, 순국일은 1920년 9월 28일로 확인했다. 또 7년 징역형으로 전해진 형량은 1심 5년에 2심 3년을 구형받은 것으로 정정했다. 유관순 열사의 호적과 경성복심법원판결문, 수형기록표를 분석한 결과였다. 덕분에 사라질 뻔했던 유관순 열사의 전기는 연구소의 고증대로 새롭게 쓰여 국어 국정교과서 5학년 2학기에 반영됐다.

유관순연구소는 어렵게 밝혀낸 진실을 토대로 서적들도 발간했다. 대표적으로 유관순 열사의 일생을 담은 ‘독립을 향한 당당한 외침, 유관순 이야기’의 경우 한국어는 물론 영어·일어·중국어·불어 등 5개 국어로 출판돼 각 나라별 도서관·문화원 등 유관기관 150곳씩에 보급됐다. 김기창 교수는 “유관순 열사를 다룬 어린이 책은 80여종에 이르는데 성품 등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더러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유관순 열사의 애국심이 ‘믿음’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드러내고 한국에 국한됐던 위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의의가 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관순연구소는 해마다 다양한 체험과 참여프로그램들로 이뤄진 ‘유관순학교’를 열어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교과서 밖’ 배움도 제공한다. 아이들은 여름방학 중 2박3일간 탐방을 비롯해 글짓기·역할극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애국지사들의 업적과 리더십, 독립운동에 대한 지식을 두루 익힌다. 덕분에 자칫 한국사에 무관심 혹은 무지할 수 있는 학생들은 내 이웃과 겨레를 생각하는 공동체성을 기르는 등 한 뼘 더 성장해 나간다.

유관순, 세계 속 인물로 승화
한편 유관순연구소는 이제껏 20편이 넘는 논문집을 발행하고, 정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관련학문의 교류와 중흥을 도모함으로써 유관순 열사의 유산이 계승·발전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당장 다음달 1~2일에도 백석대 국제회의실에서 ‘3.1운동 100주년, 그리고 세계평화’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예정됐다. 여기에선 숙명여대 이만열 교수와 일본전수대학교 나이토 교수 등 국내외 저명한 석학들이 나서 3.1운동과 유관순 열사, 그리고 천안지역의 가치를 살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프랑스의 잔다르크 등 해외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논의된다. 박종선 교수는 “오늘날 ‘유관순’이라고 하면 흔히들 고문 받다가 고통스럽게 돌아간 분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가 후손에게 남긴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는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회에 만세운동 당시 국제정세를 폭넓게 다루고, 동시에 유관순 열사를 ‘세계 속의 인물’로 승화해 후대에 전승되도록 더욱 사명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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