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콘텐츠 즐기는 ‘소비자’이자 ‘생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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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콘텐츠 즐기는 ‘소비자’이자 ‘생산자’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1.2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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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 특집 - 서른한 살 ‘밀레니얼’ 청년들에게 ‘미디어’란?

오늘날 세계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1981년~1996년 사이 출생한 이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접해 디지털에 친숙하다. 컴퓨터나 TV보다 스마트폰·태블릿PC를 즐겨 사용하고 SNS를 통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이후 등장한 ‘Z세대’는 디지털 세대의 계보를 더욱 탄탄히 잇는다. 1990년대 중반, 즉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이들은 현대사회의 막강한 소비 집단으로 부상해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의 발달로 디지털 ‘이주민’을 넘어 ‘원주민’이 등장하면서 여러 업계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글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만큼 활자를 찍어내는 신문사들의 고심은 깊다. 기독교연합신문 역시 1988년 창간 이래로 지난 31년간 온라인신문과 인터넷방송을 운영하는 등 제작시스템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본지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또 한 번 도약을 앞둔 바, 이번엔 동갑내기 31살 청년들을 만나봤다. 밀레니얼 세대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미디어’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일상 파고든 유튜브

“굳이 학원 갈 필요가 있나요?” 하루 24시간이 빠듯한 직장인 허은혜 씨(여의도순복음교회)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유튜브로 자기계발을 도모한다. 매일 퇴근길 혹은 잠들기 전 최소 30분은 투자한다는 그는 유튜브로 영어공부는 물론 다이어트를 위한 ‘홈트’(홈 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도 열심이다. 채팅창에 질문을 남기면 실시간 피드백이 올라오니 그 자리에서 궁금증이 속 시원히 해결된다. 와이파이만 켜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의 공짜 수업을 접할 수 있기에 그는 “유튜브가 웬만한 선생님보다 훨씬 낫다”고 추켜세웠다.

그런 그가 요즘 ‘브이로그’(Vlog)에 푹 빠져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인 브이로그는 한 마디로 영상일기를 뜻한다. 과거 유명인사들의 3~10분짜리 짤막한 강연을 주로 찾아보던 허 씨는 점차 요리하기·출근길 모습 등 생활밀착형 영상에 눈을 돌렸다. 허 씨는 “누군가는 시간낭비라고 여기겠지만 특별할 것 없는 일상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배움을 얻는다”며 “때로는 성공한 이들의 번지르르한 말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는 소소한 공감이 삶에 더 큰 동기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허 씨는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에도 꼭 유튜브를 먼저 본다. 유튜브 스타로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리뷰를 꼼꼼히 살핀 뒤에야 결정하는 것. 놀라운 건 일부 게시물이 광고성임을 알고도 눈 감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무리 협찬을 받았어도 크리에이터들은 구독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얼굴까지 노출하기 때문에 다른 매체를 통한 광고보다는 거부감이 적다”며 각별한 유튜브 사랑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유튜브 시청이 생활화 된 허 씨가 ‘기독콘텐츠’를 따로 찾아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그는 “필요할 때”만으로 한정지었다. 다시 말해, 피곤해서 금요철야를 못갈 때 예배실황을 찾아보거나 듣고픈 찬양을 검색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 허 씨는 “정말 재밌고 유익하다면 기독콘텐츠라도 1시간은 보겠다. 다만 아직은 그런 채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비즈니스 SNS로 해외 취업까지 
그런가 하면, 소셜미디어로 ‘제 집 안방’에서 ‘해외 취업’까지 성공한 청년도 있다. 유기쁨 씨(명성교회)는 지난해 한 비즈니스 앱을 통해 싱가포르 현지기업에 합격해 약 6개월간 근무했다. 과정은 간단하다. 구직자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앱에 올리면 전 세계로 이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인사담당자와 연결된다. 이때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 채용을 의뢰할 수도, 반대로 기업의 헤드헌터들로부터 먼저 일자리를 제안 받을 수도 있다. 유 씨는 후자의 경우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2차 전화면접에 이어 3차 영상통화로 면접을 치렀다.

그는 “내 방에서 진행된 사실 말고는 화상면접이라고 특별히 오프라인 면접과 다를 게 없다”면서 “머리도 깔끔하게 손질하고 말쑥한 정장도 차려입고선 면접 시작 30분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접속해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통신 오류가 발생하면 이미지가 깎일까봐 음향부터 화질, 인터넷 속도 등 기술적인 측면을 꼼꼼하게 체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또 다시 이직했다.

그래도 잘 하면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는 곳을 소셜미디어로 찾는 게 불안하진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유 씨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워낙 공신력 있는 앱이어서 오히려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취직’이 목표가 아니어도 동종업계 선배들의 커리어를 열람하면서 스스로 진로의 스펙트럼도 넓혀나가고 상호 고민 상담도 요청할 수 있어서 무척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토록 비즈니스 SNS에 애정을 보인 그도 사생활을 공유하는 SNS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은 지나친 광고도 문제지만 20대 초반 인맥 넓히기가 유행해 마구잡이로 친구를 맺은 게 지금은 도리어 부담스럽다”며 “가뜩이나 피로한데 쓸 데 없는 곳에 쏟을 에너지가 없다. 짬짬이 짧은 뉴스영상을 보는 것 이외의 미디어 활동은 가급적 지양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 씨는 또 “근래 일에 치여 믿음이 떨어졌다”며 “늘 갈급함이 있다. 신앙을 회복할 수 있는 감동적인 콘텐츠가 있다면 적극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1인 미디어 시대, 누구나 ‘창작자’
한편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는 청년층이 그저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의반 타의반 ‘생산자’의 길로 들어서게끔 하고 있다. 일찌감치 크리에이터가 화제의 직업으로 떠오른 것도 이를 방증한다.

교계언론에서 일명 ‘기이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의민 씨(덕소교회) 역시 2년 전부터 기독교 영상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기독교 이슈를 한 번에 정리해준다는 설정으로 그는 크리스천들의 솔직한 고민과 궁금증을 3분 내외의 짤막한 영상에 독특한 개성으로 버무려낸다. 기독콘텐츠의 약진 속에서 해당 영상들은 간혹 페이스북에서 조회 수 최고 5천 가량을 기록할 만큼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방송 기자였던 그가 뉴미디어에 발을 담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 씨는 단번에 ‘소통’을 꼽았다. 그는 “제한된 틀과 시간, 일방적인 의사전달 방식의 기존 뉴스만으로는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담기 어려웠다”며 “물론 사안을 깊고 신중하게 다루는 정통 취재와 보도도 요구되지만 새로운 시도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신앙밀착형’ 콘텐츠를 직접 만들겠단 용기를 냈다”고 했다.

하지만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다고, 미디어의 범람 시대 ‘좋은 콘텐츠’를 향한 그의 열망 또한 상당하다. 여기에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크리스천들에게 건강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그의 가치관만큼은 분명했다. 이에 정 씨는 틈만 나면 수시로 타 매체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연구한다. 미디어의 전쟁 속에서 기획부터 자막·배경음악·촬영구도까지 예전엔 그냥 지나친 요소들도 이젠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소위 ‘나쁜’ 콘텐츠마저도 그에겐 반면교사다.

정 씨는 “사실상 분야를 막론하고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당연지사가 된 시대 이 같은 선택은 미래를 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느새 필수가 됐다”며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언제든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가지는 건 나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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