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만 본교에서? 국내 진행 美 신학학위…“위법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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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만 본교에서? 국내 진행 美 신학학위…“위법 소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1.22 17: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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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해외 신학교들의 한국 진출 러시(상)

 미 유수 신학교들 재정 어려움 자구책 ‘한국과정’
 한미 FTA 위배…법망 틈바구니 속 공격적 마케팅
‘완전철수’했던 풀러 신학교 슬그머니 재 진입 시도

▲ 풀러 신학교는 지난해 5월 메인 캠퍼스인 패서디나 캠퍼스 매각 결정 소식을 발표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미국 신학교들은 자구책으로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사진 출처: Christianity Today 홈페이지)

목회자들을 주 독자로 삼고 있는 신앙 잡지나 신학 저널 등을 보면 ‘미국 신학교 박사 학위를 한국에서 딸 수 있다’는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집중 세미나 형태로 진행된다’거나 ‘마지막 수업과 졸업식은 미국 본교에서 진행된다’는 안내는 단골 멘트다. 이마저도 전화 상담을 해보면 “일정이 바쁜 목사님을 위해 월요일 집중 코스를 제공한다”는 솔깃한 제안을 해 온다.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신학교들이 학구열에 불타는 한국인 목사를 위해 특별한 학위과정을 열어줬다고 고마워할 일일까. 제도의 빈틈에서 한국인들의 학벌의식을 자극하며 은근슬쩍 기지개를 켜고 있는 미국 신학교들의 침투 실태를 알아봤다. 

 

미 신학교들…한국에 눈독 

지난해 5월 남가주 지역 대표 신학교인 ‘풀러’가 패서디나 지역 캠퍼스를 매각한다는 소식은 미국 신학교가 겪고 있는 재정난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풀러는 웨스트민스터, 덴버, 트리니티, 고든콘웰 등과 함께 미국 내 복음주의권을 대표하는 신학교다. 한국에도 유명 신학교 교수를 포함한 목회자 1,000여명을 배출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이 학교의 마크 래버튼 총장은 패서디나 캠퍼스 매각 소식 발표 후 한인 언론매체만을 위한 기자회견을 별도로 열었다. 한국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동산 현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패서디나 캠퍼스 매각은 재정적인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향후 재정 확보를 위한 긴축은 물론이고 새로운 학생 확보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미국 신학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학생 수 감소다. 북미신학교협의회(ATS) 통계를 살펴보면 풀러신학교는 10년 전 전체 학생 수가 3,885명에 달했지만 2017~2018년도에는 전체 학생 수가 2,897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풀러뿐 아니라 지난 10년 사이 대부분의 신학교 정원이 크게 감소했다. ATS에 소속된 전체 학생 수는 2005년 7만4천여 명에서 2017년 6만7천여 명으로 7천명 가까이 감소했다. 

학생 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비 수입의 감소로 이어졌고 긴축재정만으로 부족한 학교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로 인해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히스페닉’의 증가다. ATS 인종별 통계에서 히스페닉은 2013년 3,751명에서 2014년 4,057명으로 늘었고, 2015년 4,290명, 2016년 4,492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한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블루오션’이자 일종의 ‘캐시 카우’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교육시장 미 개방 국가”

한인 교계는 미국 내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유독 기독교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신앙적인 열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자연스럽게 미국 신학교들은 한인 교계를 타깃으로 각종 프로그램 개설에 박차를 가한다. 풀러를 비롯해 고든콘웰과 맥코믹, 미드웨스턴, 클레어몬트 등 유수의 신학교들이 한국어 프로그램 및 학위 과정을 우후죽순 개설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한국어 프로그램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다인종 국가인데다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고 한국어 역시 유력한 소수인종의 언어인 까닭이다. 또한 미국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결국 한국에서 목회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한국어 과목을 포함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미국 본토를 넘어 한국까지 들어오고 있는 현상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먼저 ‘한국부’ 혹은 ‘한국 과정’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의 개설은 교육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 국내 교육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이다. 

2007년 4월 한국과 미국이 치열한 토론과 협상 끝에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지만 ‘교육 서비스’분야는 개방 품목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송도와 제주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하면 한국 내에서 미국의 교육 서비스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게 현 고등교육법의 취지다. 

교육부 확인 결과 미국 신학교의 경우 교육부를 통해 국내에 서비스 인가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설치한 사례가 있을까 확인해 봤지만 역시 등록된 외국 신학교는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 대학들은 광고까지 해 가며 국내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으니 실정법 위반 여부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의 박소하 사무관은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인가 없이 학교처럼 운영하는 외국 대학의 경우 시설 폐쇄나 형사처벌을 받을 근거규정이 있다”며 “인가받지 않은 학습장에서 교육 서비스가 이뤄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사무관은 “종교시설의 경우 단순히 종교시설로만 이용하는지, 교육 서비스가 제공되는지를 살피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또한 국내 학위가 아닌 외국 학위가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로 학습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한데 우리 교육부가 해외 대학에 대해 직접 관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 미국 유명 신학교들의 한국어 과정 혹은 한국부 페이지 갈무리. 한국어로 쓰인 친절한 안내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굳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실시간 채팅을 통한 상담도 가능한 곳도 있었다.

법망 피해 ‘아슬아슬’ 운영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해외 유수 대학들이 한국에서 학위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리버티나 미드웨스턴, 트리니티 등이 이미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고든콘웰도 다음 학기부터 학생 모집을 시작한다. 

풀러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서 한인목회학박사원(KDMin) 강의를 개설했다. 이 과정은 점차 확장되면서 졸업식만 미국에서 하고 전 과목을 한국에서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러던 2015년 여름 한국 오피스가 돌연 문을 닫았다. 당시 한인목회학박사원에서 국내 변호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위법 여부가 ‘애매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공개 모집을 중단하고 있던 차였다. 

당시 풀러 내부에서는 한국에서 전 과정을 다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에 위반될 수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풀러 외 여타 미국 신학교들도 ‘위법’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 철수했던 풀러 역시 슬금슬금 한국 과정을 다시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다시 한국에서 1년에 한 번 정규 강의를 개설했고 오는 2월에도 강의가 열린다. 풀러신학교 홈페이지만 가도 확인이 가능하다. 

트리니티신학교의 경우 한국의 기독교선교횃불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문화교류’ 형태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도 활발하다. 역시 ‘위법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국내 한 신학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는 “학교는 돈이 없고 학생들은 번듯한 졸업장이 필요하니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사실상 한국에서 미국 학위를 받으려는 분들에게 필요한건 공부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소재 한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A교수는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들어오는 것이 문제”라며 “여기에 더해 미국 신학교에서 공부한 한국 교수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인을 위한 과정을 학교에 제안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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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성 2019-01-31 00:45:47
온라인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개방 안된 한국에 미국신학교들이 버젓이 진출한게 문제라니까요

개혁주의 2019-01-27 17:47:32
온라인 과정, 하이브드 과정을 무조건 불법이라고 하기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1. 정식 대학인지, 그리고 이 과정이 미국 교육국에 등록된 것인지
2. 모든 과정을 실제로 수업을 하고 있는지
3. 학교 내규와 미연방정부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입니다. 미국에서 받은 학위가 한국에서 인정받고 안 받고는 둘째입니다. 확인해 주세요.

개혁주의 2019-01-27 17:44:28
우리나라에서도 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온라인, 경희대온라인, 한양대온라인과정과 같이 온라인 과정이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불법인가요? 미국은 큰 나라입니다. 서부와 동부는 멉니다. 그래서 온라인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며, 하이브리드 과정도 많습니다. 신학교 뿐 아니라, 정식 대학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대적 상황을 모르고 무조건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개혁주의 2019-01-27 17:42:12
이 기사는 사실 관계가 몇 가지 다른 것이 있습니다. 미국 정식 대학교에는 원거리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5G 시대가 되면서 각광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온라인을 통하 수업과 거기에 맞는 학위는 충분히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정식 학위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논문인데, 그 논문도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불법이라고 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