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스카이 캐슬’있다…학위 장사 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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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스카이 캐슬’있다…학위 장사 가능한 이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1.28 23:47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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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신학교 한국 진출, 이대로 좋은가(하)

단순 ‘위법성’여부 문제 아냐…‘본질’을 봐야
‘신정아 사태’ 이후 신학교 브로커들 ‘음지’로

▲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등장인물들. 현재 한국교회에는 ‘스카이 캐슬’ 못지 않은 학벌 만능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 문을 두드리는 해외 유수 신학교를 비롯해 난무하는 비인가 신학교들의 침투 저변에는 ‘돈’의 논리와 함께 해외 학위를 선호하는 한국교회의 정서가 깔려 있다.(사진:JTBC 홈페이지)

지난주 본지는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미국 유수 신학교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이들 ‘한국’ 과정들은 대개 본교에서 유학을 하는 것보다 비교적 손쉽게 학위를 받을 수 있다며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만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았고 오프라인 수업이라 하더라도 특정 요일에만 집중 강의를 받을 수 있다며 은밀한 제안을 하는 곳도 있었다. 

기사가 나간 뒤 여러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좋은 문제 제기라는 칭찬도 있었지만 ‘위법성’이라는 기준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거론된 학교들은 현재 한국에 들어온 ‘미국 신학교’ 가운데 그나마 학사 관리가 잘 이뤄지는 학교들이라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밖에 온라인 강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산물일 뿐 그 자체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이 문제를 바라보며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왜’ 영어 한 마디 못 하는 목회자들이 미국 학교의 박사학위를 따려고 지갑을 여는가였다. 거기에는 신학분야에 여전히 남아있는 미국 선호주의와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학벌의식, 신학에 대한 잘못된 오해 등 더 본질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비인가 대학 문제 ‘여전’

지난 2007년 일어난 ‘신정아 씨 학력위조 사건’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돈만 내면 학위를 준다는 미국 내 ‘학위공장’들과 이를 통해 학위를 산 유명인들의 실명이 당시 만천하에 공개됐다. 자성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조성됐다.

교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비인가’ 대학이 학위를 남발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력한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기독교 관련 비인가 대학과 여기서 학위를 취득한 인사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여러 비인가 신학교들이 이를 통해 국내에서 철수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암암리에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서울의 한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A교수는 “90년대만 해도 목사들 몇몇이 모여서 돈을 내고 단기 집중교육을 받으면 정말 학위가 뚝딱 나오곤 했다”며 “현재는 고인이 된 목회자 B의 경우 브로커로 상당히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A교수는 아직까지도 이런 브로커와 비인가 학교들이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비인가 대학이 문제가 되는 건 부실한 학위 수여 체계 때문이다. 대체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출석과 영문논문에 상관없이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벌 세탁은 성도에 대한 기만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신학교건 비인가 신학교건 한국에서 학생 모집이 가능한 까닭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첫 번째는 ‘고학력’에 대한 욕구다. 

과거 한국교회 목회자들 가운데에는 고학력자가 많지 않았다. A교수는 거기서 기인하는 콤플렉스가 과거 많은 목회자들이 외국 학위를 찾았던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교회 안에 유학파를 선호하는 풍조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취재차 전화를 걸었던 학교들도 열이면 열 통화 상대방을 “목사님”으로 호칭했다. 전화를 걸어오는 대부분의 상담자들이 ‘목사들’임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순수하게 학문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면 학점당 600달러가 넘는 박사학위는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하버드와 예일 등 세계 제일을 다투는 대학들이 온라인을 통해 신학강의를 전면 공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목사라는 자격이나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학위가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미국 신학교 한국부 관계자는 “청빙을 받기 위해 목회학 박사를 취득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갈수록 좁아지는 청빙 경쟁에 뛰어들려면 ‘스펙’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연한 학벌주의는 적폐

미국에서 유학하고 국내 한 신학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는 “한국교회 안에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같은 학벌 만능주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세속적인 학벌주의가 목회자는 물론이고 성도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는 것이다.

“중고등부 때 학원도 안 가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재수한 사람, 공부해야 한다며 교회에는 안 나왔지만 명문대에 입학해서 청년부에 짠하고 나타난 사람이 있다면 한국교회에서는 보통 후자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어릴 때 신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신앙의 토대가 낮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죠.”

결국 이 문제는 국내에서 개설되는 미국 신학교 학위 과정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과연 한국교회 내에 존재하는 학벌만능주의 풍조를 이렇게 내버려 둬도 되느냐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한국의 목회자를 위한 신학교육을 이렇게 내버려 둬도 될 것인가, 그리고 한국교회와 한국의 신학교가 한국 목사들의 신학교육을 감당할 수준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서글픈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또 다른 신학교의 C교수는 “한국교회에서 미국 학위를 받으면 대단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건 신학에 천착했던 과거의 이야기다. 속된 말로 약빨이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학교 졸업자의 희소성이 있어야 그 학교와 학위의 가치가 올라가는 건데 현재의 ‘학위장사’ 수준에서는 그 가치가 날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힘들게 유학한 사람으로서 속된 말로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해서 학위 주는 행태에 대해 불쾌한 감정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C교수는 또 다른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한국의 신학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그는 특히 “한국에서 사역할 목회자를 양성한다면서 미국식 신학을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교회를 살리는 신학이 되어야 하는데, 서구의 신학을 가져다가 그대로 한국교회에 이식하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학문과 학위가 아니라 거룩성과 공공성, 영적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다. 이런 것들에 필요한 건 말씀과 기도 외에는 없다고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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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2019-02-02 22:16:48
밑에 분은 댓글을 자세히 읽지 않으신 분이시군요. 자세히 읽고 고민하신 후에 댓글을 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뭐 마음대로 댓글을 다는 것이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이미 아래에 상술한 것이라, 뭐라 다시 말할 것은 없겠습니다만, 자기가 미국에서 학위를 받던, 영국에서 받던 그것을 왜 상관받아야 하는지요? 공부하고 싶으면 하는 겁니다. 불법이 아니면 됩니다. 아닙니까? 이게 기사거리가 됩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유재성 2019-01-31 00:43:55
요점은 미국 신학교들이 교육개방이 안된 한국에서 사실상 과정을 다 마칠 수 있도록 편법운영을 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건데 아래 분은 딴 말을 하시네요? 목사님들이 미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한국에서까지 꼭 그렇게 미국 학교 학위를 따야 하느냐는 고민해볼만하지 않나요?

개혁주의 2019-01-30 07:14:38
https://dfw.cbslocal.com/2018/12/12/youngest-phd-grad-unt-history/

개혁주의 2019-01-30 07:11:11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online-phd-degreescom-announces-20-most-affordable-online-doctoral-programs-in-business-administration-for-2019-300781355.html

개혁주의 2019-01-30 07:08:01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0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