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를 읽어줄 어머니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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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를 읽어줄 어머니는 누구인가
  • 승인 200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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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맞는 고난절이지만 금년 고난절은 특별한 의미로 맞아야 할 것이다. 극심한 사회갈등과 양극화 그리고 온갖 범죄와 거짓으로 가득한 총체적 위기 속에서, 좌절한 이웃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교회에 부과되는 시대적 사명을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돼야겠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교회는 ‘작은 고난’이라도 동참해야 할 때이다. 우선 교회와 기독인 모두는 지극히 피상적으로 고난절을 맞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하겠다. 또 두말할 필요없이 교회와 기독인들은 역사의 한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가 행하신 희생과 봉사, 용서와 사랑을 구현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를 한번 들여다보자. 온갖 부조리 현상이 우리 삶과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지 않은가. 말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현실과 장래를 누가 책임지고 이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오늘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물음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역사의 방관자가 되거나 현실 도피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역사와 함께 울며 가시밭길을 가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며,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고난이 없는 ‘복된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신 그리스도의 거룩한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어렸을 때 나의 형제는 항상 굶주렸고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울며 보챘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성경을 펴들고 욥기를 읽어주셨고, 우리들은 욥의 괴로움을 들으며 배고픔을 잊기도 했다. 오늘날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 자신의 괴로움을 잊을 수 없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의 말을 떠올리며 교회가 이 고난의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고통 속에서 우는 이웃들은 지금 욥기를 읽어줄 어머니가 누구며, 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애타게 묻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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