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의 죄 회개합니다” 3만여 성도 광화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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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참배의 죄 회개합니다” 3만여 성도 광화문에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0.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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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광화문 사거리 ‘한국교회 일천만 기도대성회’ 개최
교파·단체 초월 하나 된 한국교회…“진정한 회개 통해 미래로”

한국교회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하며 무릎을 꿇었다. 광화문에 모인 3만여 성도(주최측 추산)들은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한국교회가 과거의 죄를 청산하고 거듭나기를 뜨겁게 간구했다.

80년 전 신사참배의 과오를 회개하고 3.1운동 100주년을 바라보기 위한 ‘한국교회 일천만 기도대성회’가 지난 28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개최됐다. 한국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기도를 모았다. 나눠져 있던 한교총·한기연·한기총 등 연합기관들도 이날만큼은 하나가 됐다.

기도회는 수십 명의 목회자들이 십자가를 함께 지고 단상을 향해 걷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대회사를 전한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는 암울했던 이 땅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선각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져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부흥과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일제의 총칼에 굴복해 우상에게 절하는 죄악을 범하고 영적 자만에 빠져 주님의 몸을 찢는 교회 분열의 과오를 저질렀다”며 “이스라엘 백성이 미스바에 모여 하나님께 돌아갔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죄를 자복하고 거룩한 교회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공동 대표대회장을 맡은 엄기호 유중현 이동석 전계헌 전명구 정서영 최기학 목사는 기도회의 역사적 의미와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오늘 회개함으로 순교의 피 값으로 세워진 한국교회 믿음의 유산을 회복하고 남북한 8천만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교회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후 한국교회일천만기도운동본부 대회장 윤보환 목사의 인도로 회개기도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신사참배와 우상숭배의 죄, 분단과 분열의 죄를 회개하며 함께 눈물을 쏟았고 민족복음화와 복음통일의 새날을 주시기를 간절히 구했다.

설교를 맡은 정성진 목사는 과거의 죄를 명확히 알고 회개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신사참배가 단순히 일제의 총칼에 머리를 숙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1938년 일본까지 가서 신사에 참배했으며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무리를 처벌해야 한다는 총회장 명의의 공문을 발표했다. 심지어 일본 신도 중들이 행하던 ‘미소기하라이’라는 세례를 받으며 ‘여호와보다 일본의 천조대신이 높다’고 서명한 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과거를 낱낱이 지적했다.

정 목사는 또 “오늘날 한국교회의 잘못이 반복되는 이유는 과거의 죄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숨기면서 진정한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독일은 지도자가 바뀔 때 마다 나치의 만행을 사죄함으로써 과거 나치와의 연관관계를 끊었다. 한국교회도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회개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믿음의 순교자들에게 기념 추서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장 윤보환 목사는 순교자 강종근 목사, 양용근 목사, 주기철 목사를 기념하는 추서패를 양용근 목사의 손자 양향모 목사에게 전달했다.

양향모 목사는 “양용근 목사님은 전남 순천에서 목회하다 신사참배 반대운동으로 복역하셨고 감옥에서도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하셨다. 하지만 한국교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조부를 소개하면서 “한국교회가 신사참배의 죄만 회개할 것이 아니라 강단에서 복음을 바르게 선포하지 못한 죄도 함께 회개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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