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독자적 성경출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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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독자적 성경출간 가능한가
  • 승인 200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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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측과 통합·독자번역 여부 ‘관건’ ‘개역개정판’ 진보 이유로

지난 97년 한국성경공회는 기존 성서공회 성경이 보수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하나님의 말씀 신구약성경’을 발행했다. 그러나 이 성경은 성서공회의 저작권 소송으로 98년 대법원으로부터 전권 회수 판결을 받았다. 저작권 가운데 인격권을 침해한 것. 인격권 침해는 기존에 있는 것을 적당히 수정했다는 정황이 발견됐음을 뜻한다.

올 2월 예장 합동총회가 교단에서 성경을 독자적으로 발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역시 지난 97년 성경공회의 성경발간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성서공회가 98년 선보인 개역개정판이 보수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합동측은 지난해 9월 제88회 총회에서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위원장:최기채목사)의 보고를 받았다. 위원회는 개역개정판 내용중 89곳 가운데 77곳은 수정키로 하고 나머지는 재론하여 받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 때 위원회는 개역개정판 사용을 무리없이 통과시키려 했으나 신임총회장으로 선출된 임태득목사가 특유의 보수성향을 내세워 개역개정판에 대한 재심사를 강력히 주장했다.

급기야 합동은 임태득총회장을 위원장으로 다시 구성한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를 통해 성경 독자번역을 발표했고 가급적 빠른 시일에 이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갑작스레 진행된 합동의 성경 독자번역에는 몇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는 과연 개역개정판이 진보적 성경인가라는 점이고 둘째는 독자번역인지 성경공회의 성경을 감수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합동측 관계자에 따르면 임태득목사의 독자번역에는 성경공회가 발간할 예정인 새성경을 염두에 두고 추진이 되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성경공회는 지난 98년 대법원 패소 이후 10억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원어를 재번역하면서 성경발간을 추진했고 빠르면 오는 6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성경공회의 새성경은 개혁측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합동과 통합작업을 추진중인 개혁은 합동교단이 성경공회 성경을 사용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합동 성경번역위원회가 9월 총회에 내놓겠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합동은 성경공회의 성경을 감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신대 교수들의 반대로 독자번역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여기에 성경공회 관계자를 참여시킬 전망이다. 독자번역에 걸리는 시간도 3~4년으로 길지 않은 기간을 잡고 있다. 이미 총신대 교수들이 일부 원문 텍스트에 대한 번역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서공회는 “성경 번역에만 10~15억이상 투입되며 경상비까지 합하면 20억이 넘는 비용이 사용된다”며 성경번역이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또 “하나의 성경을 번역하는데 10년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표준새번역의 경우 수정기간만 9년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이유로 합동측이 “다양한 성경번역으로 성경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합동이 번역하는 성경을 통해 말씀의 부흥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진보성경 번역의 가속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성경학자들은 “국내 성경은 더이상 보수적일 수 없는 한계상황이라며 특정교단이 자신의 성향에 맞게 성경을 번역한다면 진보성향의 교단들도 독자번역을 시도할 수 있어 결국 하나의 성경을 사용하는 전통이 깨지고 성도들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동의 성경 독자번역은 이미 총회발전기금에서 5억원을 차용해서 예산까지 편성해 놓은 상태. 일부 노회에서는 “빨리 되돌리지 않으면 아까운 총회 예산만 날아갈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같은 교단 안팎의 비난이 9월 총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합동 성경번역대책위원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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