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세례 덕분에 기독교 인구가 증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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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세례 덕분에 기독교 인구가 증가했을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0.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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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다 한 사람의 제자 세우기 집중할 때”

지난 10년간 기독교 인구의 증가가 군부대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된 진중 세례식의 결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곽선희 목사)가 지난 11일 여전도회관에서 개최한 ‘제18회 한국교회 군선교 신학 심포지엄’에서 오덕교 교수(한국군선교신학회 실행위원)는 “진중세례 운동이 한국교회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 한국교회는 매월 한차례씩 군목 파송 교단별로 연무대교회를 방문해 많은 장병들에게 진중세례를 하고 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2015년 10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구수는 물론 지역별 분포와 가구형태, 심지어 거주지 형태까지 총체적인 정보가 담기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유독 종교계의 눈을 사로잡는 수치가 있었다. 개신교가 조사 이래 최초로 불교를 제치고 우리나라 제1종교에 올라선 것이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개신교 인구는 총 967만 명으로, 761만 명으로 집계된 불교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종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체적인 종교인구의 감소(2005년 대비 297만 명 감소) 속에서 유독 개신교만이 성장세(2005년 대비 123만 명 증가)를 보였다는 점이다.

종교인구 감소와 제1종교 지형 변화라는 결과를 받아든 종교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과를 예상치 못한 것은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개신교계도 마찬가지다. 이에 그간 교계에서는 개신교 인구 123만 명 증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등장했다. 2005년과 2015년 조사 방법의 차이로 기독교 인구 증가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비롯 기독교 이단의 증가 수치가 개신교 인구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개신교 신자수 123만 명 증가를 진중세례 운동의 결실이라고 해석했다. 심포지엄에서 ‘2015 인구주택총조사와 한국교회의 성장요인-진중세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한 오덕교 교수는 “2006년에서 2015년 사이 기성교회가 베푼 세례자가 약 300만 명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군대에서 베푼 세례자 수는 165만 명이었다”면서 “교단 세례교인과 진중세례교인을 합하면 약 465만 명이다. 이는 전체 한국교회 세례교인 중 진중세례 운동을 통해 세례를 받은 비율이 35%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년 간 증가한 개신교인 123만 명은 진중세례 인구 165만 명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진중세례 운동은 한국교회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가장 효율적인 선교 운동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논찬을 맡은 주연종 목사(한국군선교신학회 실행위원) 역시 “오 교수의 논문은 그동안 종교인구 통계에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한국교회에 객관적 분석과 결론을 제시해 줬다”면서 “진중세례는 인구의 탈종교화, 청년층의 탈기독교화를 저지하고 복음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라고 평가했다.

심포지엄 후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진중세례는 하나님께서 군선교는 물론 한국교회를 위해 계획해 놓은 선물임에는 분명하다”면서 “다만 군선교가 계속 황금어장이기 위해서는 전술과 전략, 사후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군선교연합회에서는 진중세례의 효과와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이번 발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진중세례를 받는 장병 중엔 기존에 이미 세례를 받았던 크리스천도 상당수 섞여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수의 진중세례를 집례하는 육군훈련소교회에 문의한 결과 기존에 세례를 받았던 인원이 또 세례를 받는다 해도 따로 체크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65만 명이란 숫자 안에는 ‘이중 세례’ 신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수의 장병들이 소위 ‘초코파이’를 얻기 위해 세례를 받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진중세례만 받고 일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숫자를 기독교 인구 증가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군대에서 진중세례만 받고 이후 교회에 나가지 않는 청년들이 인구조사에서 종교를 기독교라 대답한다고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

결국 기존에 세례를 받았지만 선물을 위해 진중세례를 다시 받은 숫자와, 마찬가지로 선물을 위해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숫자를 제외하면 기독교인 증가에 기여한 수치는 얼마나 되는지 물음표가 찍힌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단순히 진중세례 숫자로 한국교회 세례교인의 35%를 감당했다는 주장은 유의미한 통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2005년 인구조사에는 오류가 많다는 것이 여론조사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기독교인구가 2005년 대비 123만 명 증가했다는 것도 애초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초코파이나 햄버거를 보고 세례를 받는 장병들이 신앙의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비판도 적잖이 제기된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세례가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영접하는 엄중한 삶의 결단임을 생각한다면, 짧은 시간에 가볍게 세례를 주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비기독교인들이 세례의 대가로 물질이 주어지는 것이라 오해한다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훈련소 이후 약 2년 동안 장병들의 양육을 맡는 일선 군교회에선 진중세례를 받지 않고 부대로 오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공군부대 모 군목은 “세례를 받지 않은 새신자가 교회에 오면 세례교육 절차를 통해 자연스레 신앙교육을 실시하고 구원의 확신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고 교회에 온 새신자의 경우 구원의 확신을 다시 묻기가 애매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정재영 교수는 “이제 한국교회는 숫자의 어떠함이 아니라 한 삶의 제자를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진중세례라는 수단으로 복음을 전하려는 노력이 한국교회에 도전을 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세례 숫자를 내세우기보다 장병 한 사람의 제자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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