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믿으면 된다’는 신앙교육, 가짜뉴스 확산에 ‘한몫’

불붙은 가짜뉴스 공방, 어떻게 봐야 할까?(상) 한현구 기자l승인2018.10.10 10:51:21l수정2018.10.11 09:47l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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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보도 전부터 교계 가짜뉴스 문제 ‘골칫거리’

무비판적인 교회문화 개선하고 책임있는 크리스천 돼야

가짜뉴스 논란이 교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간지 한겨레신문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기독교 단체인 에스더기도운동(대표:이용희 교수, 이하 에스더)을 지목하면서 불붙은 진실 공방은 에스더와 한겨레신문이 반박을 주고받으며 점점 과열되고 있다.

에스더는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대선 개입 의혹과 인터넷 댓글부대 양성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기사에 함께 거론된 염안섭 원장, 길원평 교수 등과 함께 ‘한겨레신문 가짜뉴스 피해자모임’을 결성하고 반격에 나섰다. 특히 한겨레신문이 가짜뉴스로 지목한 22개 뉴스 중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동성애 관련 뉴스라며 이번 보도는 반동성애 운동을 탄압하려는 언론 독재라고 반발했다.

한겨레신문과 에스더운동의 공방은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른지만 따지기 이전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기독교인들은 성경적으로 뉴스를 분별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계 가짜뉴스, 정말 문제없나

보도 후 즉각 발표된 에스더의 반박성명에 지난 8일 한겨레신문이 재차 반박기사를 내보내면서 진실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개 사안에 대한 진실 여부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교계에서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 있다. 그것은 기독교계 내 가짜뉴스 논란이 어제오늘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독교계 가짜뉴스 논란이 사회 이슈로까지 번진 데는 한겨레신문이 도화선 역할을 했지만 교계 내부에선 보도 전부터 이미 가짜뉴스 문제가 지적되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달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는 교회협 이야기마당에서 가짜뉴스를 주제로 다뤘고, 앞서 지난 4월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교회 가짜뉴스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두 행사의 공통된 결론은 기독교계 가짜뉴스 문제는 실존하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진위 여부가 강력히 충돌하고 있는 이번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교계에선 그간 적지 않은 가짜뉴스가 배포돼 왔다. 한때 기독교계에서 떠돌았던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조끼에 태극기를 새기고 기도하는 중동 무슬림 사진 △콩고에서 학살당한 뒤 불태워졌다고 하는 기독교인 부락민 사진 △눈과 입에 바느질 당한 사우디 여성 등의 뉴스는 이미 팩트체크를 통해 거짓임이 밝혀진 사안들이다. 지난달만해도 퀴어축제 차량이 반대 시위자를 덮쳤다는 기사가 배포됐다가 시위자가 스스로 차량 아래에 들어갔음이 밝혀지자 황급히 수정되기도 했다.

교회협 이야기마당에 참여한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오랜 시간 관찰을 통해 가짜뉴스의 배후에 기독교 우파운동이 연계돼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일부 그룹의 과잉대표 상황이 증가하면서 합리적인 사고의 형성을 가로막고 극단적 주장이 과도하게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가짜뉴스에 취약한 이유는?

일간지에서조차 가짜뉴스의 진원지라는 의혹을 던질 만큼 기독교계가 가짜뉴스에 취약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그 원인을 한국 기독교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찾았다. 특히 교계 전반에 깔린 보수적 신앙관과 무비판적인 수용태도가 가짜뉴스가 쉽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의 주입식 신앙 교육이 가짜뉴스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앙은 지정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감정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의심을 제기하고 묻고 따지는 것을 비신앙적인 것으로 치부할 때가 많았다”면서 “무조건 믿으면 된다는 식의 신앙교육을 받은 성도들은 ‘기도제목’이라는 제목이 붙은 가짜뉴스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성장주의도 가짜뉴스 유통의 원인으로 꼽았다. 성장주의를 표방하면서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걸림돌로 여기거나 적대시하게 됐다는 것. 교계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 중 이슬람 관련 뉴스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적지 않다.

변상욱 대기자(CBS)는 일부 기독교 공동체의 특징 때문에 정치 세력의 가짜뉴스 유통 통로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독교는 전국적 조직과 충성도를 가진 집단, 모임의 빈도와 결속력, 공동체성이 강한 집단이다. 거기에 종교문제까지 교묘하게 섞이면 그 속성은 더 강해진다”며 “정치 세력이 탐낼만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 가짜뉴스 근절하려면

가짜뉴스가 비단 기독교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짜뉴스는 사실 종교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셀 수 없는 방대한 정보가 빠르게 오가는 미디어 환경이 빚어낸 시대의 부작용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거기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현대인의 특성도 더해지면서 가짜뉴스라는 종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보수 기독교계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진보 진영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말씀에서 보듯 교회 안에서 버젓이 거짓이 유통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 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선 교회와 성도 개인의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짜뉴스 유통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교회문화를 개선하는 일이다. 정 교수는 “우리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무조건 믿으면 된다는 식의 신앙교육은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책을 제안했다. 그는 또 교회 자체적으로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광고 시간을 이용해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무 비판 없이 정보들을 실어 나르는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 해도 아무런 비판 없이 근거 없는 정보들을 유포하는 것은 악의적 행동에 가담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받는 성도들 역시 거부의사를 밝히고 합리적인 토론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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