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후 남북교회 공동사업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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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이후 남북교회 공동사업 가능성 커졌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10.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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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정상회담 동행한 교회협 이홍정 목사 , "민간교류 제도화 북측에 제안했다" 밝혀
▲ 지난 27일 만난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는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을 높게 평가하고, 연내 종전선언을 전망했다. 이 목사는 북측 관계자들에게 교류협력을 위한 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제안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남북한 정상이 백두산 천지에서 방문했을 당시 TV 화면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개신교계를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동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였다.

이홍정 목사는 "후발대로 천지를 내려가는 도중 먼저 천지 방문을 마치고 되돌아오는 두 정상을 만난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당시 현장에서 가수 알리가 천지를 배경으로 밀알아리랑을 흥겹게 부를 때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행은 천지를 우리 가락에 몸을 맡기며 역시 하나된 민족임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홍정 목사는 늘 기도했던 대로 이 땅 한반도에 하나님의 평화가 오고 있음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예장 통합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지난해 11월부터 교회협 총무를 맡고 있는 이홍정 목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반도 평화와 정의를 위한 사역 현장에 몸담고 있었다. 교단 사무총장 재임 중에도 교단의 중장기 사역방향에서 한반도 평화 이슈는 빠지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북측을 접한 경험도 있고, 지난 6월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단을 만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회 간 교류협력에 대해 회담도 가졌다. 그런 여러 경험이 있지만, 이 목사에게도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한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남북 정상의 동선에 함께하며 지켜본 이번 정상회담을 그는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27일 서울 종로5가 교회협 예배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홍정 목사는 "남북 정상은 첫 환영만찬 때 종교인 대표들을 처음 찾아와 인사했고, 만찬이 있을 때마다 정상들이 앉은 테이블 접근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미국을 견인하며 나가는 두 정상의 노력이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사실상 종전선언이요, 미래 핵의 포기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선언"이라고 회담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이 목사는 "평양 15만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 북한 지도자와 조금 다르게 느꼈다”며, "종전선언과 경제협력,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등에 따라 비핵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내 종전선언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방북 중 이홍정 목사는 북측 수뇌부에 조그련 강명철 위원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던 일화도 전했다. 이유는 남북정상회담에 집중해 달라는 것.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는 간접적으로 조그련에 전달할 내용은 전했다고 했다. 

이 목사가 북측에 제안한 것은 지난 8월초 예정됐다 연기된 종교인평화회의가 연내 평양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할 것과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북측 종교인 대표들이 서울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 등이었다. 

이홍정 목사는 “남북 정부 간 3.1운동 100주년 공동행사를 주최하려는 와중에 교회협이 이미 제안한 바 있는 남북교회 공동사업에 대한 성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유엔총회와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좋다면 지난 8월 출범한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이 먼저 방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교회협은 남북교류협력단의 방북을 조그련에 요청해 둔 상태이다.

이 목사는 “북측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세월 분단정권과 강대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간교류가 좌지우지 된 것을 청산하고 한반도 프로세스가 민의 토대 위에서 나갈 수 있도록 제도화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흔들림 없는 민간교류의 제도화가 실제 이뤄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북측 대표들도 공감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올해 내내 남북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지난 9월 주요 장로교단 정기총회에서는 남북문제 관련 결의는 사실상 전무했다.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차원의 무관심이 그만큼 큰 것 아닌가 우려되는 모습이다. 

이홍정 목사는 “오랜 분단과 냉전체제 속에서 알게 모르게 냉전의식이 제도화되고 신학화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냉전의식을 평화의식을 전환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변화할 때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며, 한반도 프로세스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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