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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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 승인 200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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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나라 국회 의사당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동안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왔던 야당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해 놓았고, 여당은 이를 저지해 왔으나, 결국 국회 경위들을 동원한 야당이 물리력을 앞세워 이를 통과시킨 것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침통한 마음으로 국가적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에 위기를 불러오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엄청난 손해를 주었다.

이런 국난을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대선자금 수사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잘못을 시인하기는 커녕, 다수임을 내세워 이를 모면하려는 야당이 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야당에게 빌미를 준 대통령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최종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여하에 달려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지금의 분열과 반목이 야기한 국가적 위기를 쉽게 극복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다행히 국민들이 금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동요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대결 양상을 보이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처럼, 더 늦기 전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국난을 당한 우리 나라를 건지겠다는 사명의식으로 다시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나섰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므로 국가적으로 위기에 처한 이때야말로 모든 정치인들은 자신이 내세운 명분에 합당하게 다시 나서야 한다.

여기서 정치인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젖먹이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칼을 빼어든 솔로몬은 “산 아들을 둘로 나눠 반은 이에게 주고 반은 저에게 주라”(왕상 3:25)는 추상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 무시무시한 판결 앞에 아이의 어미는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다른 여인은 끝까지 자신의 ‘몫’을 주장했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국정의 혼란과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목도하면서 아직도 ‘내 것’을 차지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갈 것이 없을 것이다. 아이의 어미는 그 아들을 위하여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 아들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선 이들이라면 이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여야 지도자는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살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며, 여론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이번 선거는 여당만의 총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 대타협을 위해, 4개 정당 대표는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탄핵 역풍으로 지리멸렬한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고, 여당도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정치인들이 아직 상생의 지도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이제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만 한다면 길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통한 상생의 시도는 아마 우리나라를 새롭게 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 기독교를 비롯한 국민들 또한 양쪽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로 치닫기보다는, 상생의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전병금목사/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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