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가 안 되는 이유? ‘공공성’ 회복이 열쇠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27) - 공적영역으로 확장되는 선교 한현구 기자l승인2018.08.21 15:56:39l수정2018.08.21 16:32l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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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사회를 향한다” 단순한 전도 수단 아닌 ‘본질’

복음의 공공성 회복 동시에 전방개척 선교 활로 열기도

▲ 단순히 '복음 전파'라고만 생각됐던 선교의 의미는 '하나님 나라의 구현'과 '공공이슈에 대한 사회적 참여'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전도가 되지 않는 이유’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누군가는 위기의 원인을 교회 밖에서 찾는다. 극단적 상대주의·다원주의를 모토로 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확산과 개인주의적 문화,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 소위 ‘안티 기독교’들의 교회를 향한 도를 넘은 공격도 이들이 지목하는 위기의 원인이다.

교회를 향한 외부적 압박과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는 분명 선교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이는 반대로 위기의 원인을 교회 안에서 찾는다. 예장 통합 직전총회장을 지낸 이성희 목사는 “예배당 크기만 키우고 사회를 외면했던 과거의 역사가 지금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를 불렀다”고 꼬집었다. 예배당과 교세의 확장에만 주목하고 ‘공공성’을 도외시했던 것이 위기의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이제 교회에게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요즘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교회와 공공이슈는 처음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빛과 소금이 돼라”는 말씀에서 보듯 예수님은 크리스천들의 사회적 책임을 수없이 강조하셨다. 선교의 의미도 단순한 ‘복음 전도’를 넘어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복음만 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과거 크리스천의 공공이슈 참여는 단순히 양심에 따라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 혹은 전도를 위한 부수적 도구 정도로 오해됐다. 복음 전파의 중요성이 너무도 강조된 나머지 크리스천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그저 ‘선한 행위’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과 선교 전문가들은 복음 전파와 크리스천의 공적 책임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선교계에서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은 1974년 열렸던 로잔세계복음화대회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1989년 채택된 마닐라 선언에서는 “성경적 복음에는 언제나 사회적 적용이 있다. 참된 선교를 위해서는 겸허하게 그 사람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들의 사회적 현실, 비애와 고통, 그리고 압제 세력에 항거하여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그들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선교와 공공이슈가 분리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천명한다.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복음의 공적 성격을 신중히 생각한다면 공적인 활동과 공공이슈 참여가 복음전도에 부수적이거나 도구적 역할에 머무른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공적이슈들은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파하며 인간의 구원과 해방을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동체를 세우는 데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천들이 교회 공동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몇몇 선교사들은 벽을 쌓고 사회와 분리된 기독교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지금의 한국교회 역시 교인들끼리만 진행하는 행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곽미란 선교사(오병이어선교회)는 “바울을 비롯한 초대교회 성도들은 광장으로 나가 복음을 전했다. 우리도 광장에서 복음을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광장에서의 선교는 단순히 밖에서 예수천당을 외치는 노방전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것”이라며 공공이슈에 대한 고민들이 미래선교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해야할 미래 공공이슈는?

그렇다면 선교계는 어떤 공공이슈에 주목해야 할까. 대표적인 전통 공공이슈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 병원, 학교 등이 꼽힌다. 이 문제들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는 새로운 공공이슈들도 탄생시켰다.

전 세계적인 고민인 난민과 이주민 문제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공공이슈 중 하나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권신장 운동과 혐오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어떻게 돌보고 선교할 것인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다만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미래 공공이슈에 참여하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주로 ‘구호’에 집중됐던 과거의 공공이슈들은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것에 반해 최근의 공공이슈들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정립되지 않은 분야가 상당수이기 때문. 난민 문제는 대한민국을 첨예하게 찬반 양론으로 갈라놓았고 페미니즘 이슈 역시 화합점이 쉽게 보이지 않는 분야다. 동성애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에 김선일 교수는 “우리가 공공이슈에 참여하는 이유는 도덕적 차원에서 선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먼저 조건 없이 사랑하셨기 때문”이라면서 “예민한 이슈들에 권리 투쟁, 혹은 급진적 이웃사랑으로 접근하기보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이슈 참여, 새로운 선교 활로 연다

복음전파를 위한 선교가 사회 참여로 이어지듯 공공이슈에 대한 참여가 자연스레 선교로 연결되기도 한다.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고 ‘은총의 숲’을 조성하고 있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좋은 사례다. 창조세계를 보전하려는 크리스천들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구현과 전파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

또한 공공이슈에 대한 선교적 참여는 복음의 공공성 회복 차원은 물론, 전방개척 선교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곽미란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추방된다는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점점 선교사 비자로 들어갈 수 없는 지역들이 많아진다. 대신 우리에게는 국제개발 구호, 텐트 메이킹, 비즈니스 등 새로운 선교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직접 국제구호 개발에 참여하고 다수의 NGO를 설립한 경험이 있는 박우석 목사(KWMA 사역국장)는 “해외 선교지에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NGO 선교는 예수님의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동시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소개했다.

다만 박 목사는 선교가 어려운 국가에 입국하기 위해 NGO의 이름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실제 NGO 워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입국을 위해 가짜 NGO를 설립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 그는 “NGO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로 진행해야 한다. 진실된 마음으로 선교지의 필요와 공공이슈에 참여할 때 선교의 열매도 풍성하게 맺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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