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에 걸린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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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에 걸린 한국교회
  • 승인 200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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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가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닌데 최근 한국교회는 빠른 속도, 빠른 성장, 빠른 성공만이 능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사막의 낙타가 천천히 가기에 무사히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망각한 채 한국교회는 점점 ‘조급증’에 빠져들고 있다. 무슨 일이든 과정이 있는 법이고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만이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잊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이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기독당의 창당 과정을 보더라도 조급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9월 몇몇 교계 원로와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시국대책협의회’에서 거론된 후 6개월 만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기독당을 창당했다는 것은, ‘조급증’에 걸린 한국교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독일과 같은 기독교 국가조차 오랜 세월동안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기민당을 창당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단 6개월 만에 기독당을 창당했다는 사실은, 선교적인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진보권과 복음주의권 목회자들이 여론과 포럼을 통해 선교적 관점에서 기독당 창당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후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부분의 교계 지도자들이 기독교 정당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김준곤·김기수·조용기목사와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반대, 외부적으로는 중립’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모습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최근 예장합동총회 모습도 기독당과 닮은 꼴이다. 요즘 합동총회는 단독 성경 번역, 다락방 전도총회 청원 건, 예장개혁(광주)총회와의 합동 건 등 한국교회와 교단 안팎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사안을 처리하면서 교단에서조차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명령하면 따라온다는 성장 지상주의’에서 파생된 사고방식으로 다원화된 한국교회의 2세들인 청년·대학생의 생각들을 끌어안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곤충은 하루만에 자라 하루만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한국교회가 되짚어보길 바란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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