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비축구
상태바
[기자수첩] 수비축구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7.20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비축구’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쓰는 전술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약체로 꼽히던 팀들은 여지없이 수비적인 전술을 앞세워 강팀 사냥에 나섰다.

아이슬란드의 깜짝 선전, 스웨덴의 8강 진출은 대표적인 수비축구의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32개 본선 진출팀 중 최약체로 꼽히던 한국 대표팀 역시 수비축구를 들고 나왔다. 인정하기 싫지만 객관적인 평가에서 한국은 조 4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나마 상대해볼만 하다고 했던 첫 번째 스웨덴 전에서 만큼은 공격적인 축구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지만 말자’ 식의 축구가 펼쳐졌다. 소극적으로 볼을 돌리다가 실수가 나왔다. 두 번째 멕시코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량실점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기에는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공격수의 존재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대표팀은 마지막 독일전에서 세계 1위 팀을 상대로 오히려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이기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의 얼굴에 역력했다. 앞선 두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팀 같았다. 역습이 날카로웠다. 그 누구도 대한민국의 축구를 ‘수비축구’라고 폄훼할 수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진작에 이렇게 좀 하지”라는 어느 해설자의 말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우리의 공격이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믿고’ 나섰다면 앞선 두 경기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을까.

월드컵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현실이 떠올랐다. 각종 사회 이슈 앞에 한국교회는 ‘수비 일변도’로 나서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스스로를 미리부터 ‘약체’로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한 골 먹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째서 이토록 방어적일까 하는 아쉬움은 교계 기자가 된 8년 동안 각종 교회 현장을 누비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숙제였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손흥민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다. 복음이다. 이슬람도 동성애도, 그 어떤 문제도 ‘복음’보다 강력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