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교회개혁운동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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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교회개혁운동 이대로 좋은가
  • 승인 200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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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기업이냐 공동체냐 교회개혁, 세속적 잣대 안된다

최근들어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교회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흡사 일반단체를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회에 부여된 하나님의 신적권위는 세속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퇴색해 버렸고 오로지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적인 힘, 이른바 교회의 기능적인 역할에만 우리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교회에 대해 제도개혁을 통한 갱신운동이 제기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는 지적이다.

극히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목사, 장로 임기제 실시의 여파는 반대그룹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개혁갱신그룹의 지지를 받으며 참신성을 인정받는 중이다.

올 1월부터 목사 장로임기제를 실시한 미국 뉴저지 초대교회 조영진목사는 모 인터넷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영적으로 메말라가는 현상을 확인하고 이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도입하기로 했는데 자극제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목사는 6년마다 재신임을 받고, 장로는 3년 시무 후 1년 안식을 가진 이후 또 3년시무하고 사역장로로 물러난다는 제도이다.

사랑의교회(담임:오정현목사)도 몇 년째 7년 시무 후 사역장로로 물러난다는 요지의 장로임기제를 실시하는 중이다. 대기 중인 예비장로들의 적체현상을 해소하는 한편 젊은 사랑의교회를 만들겠다는 당시 옥한흠목사의 파격이 수용된 것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지난 2000년에는 역사적으로 변화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총회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총회임원 선거제도-제비뽑기’시행이었다.

난무하는 금권선거를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성에서 이루어진 ‘단행’이었다. 개혁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새천년에 들어서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소망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서인지 합동총회는 이례적으로 교단 중 가장 먼저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했고 이어 각 교단도 이를 모방하는 제도입안을 연구하는 중이다.

요즘 교회개혁을 요구하는 그룹이 내놓은 또 하나의 방안은 교회재정, 인사, 직분임명 및 역할 등을 규정한 교회정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백종국교수를 중심으로 예시된 교회정관은 목사직분의 성직화와 계급화를 우려하는 시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많은 움직임들이 교회갱신이란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산발적이기는 하지만, 교계 내 보수그룹의 견제를 받으며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같은 움직임들이 ‘영적공동체’인 교회를 ‘기능공동체’로 오인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그리스도와 연합된 생명의 유기체인 교회를 직능과 기능으로 뭉친 일반단체와 똑같은 방식으로 개혁을 진행해서 과연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분위기는 위에서 나타난 갱신방안들을 거부하는 교회에 대해서 개혁을 외면하는 교회라고 인식될 정도로 예상보다 상당히 경직돼 있다. 이같은 경직화 현상의 이면에는 소위 NGO로 분류되는 개혁단체가 주도하는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가치관과 생각을 바꾸는 영성운동과는 달라서 제도와 규칙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제도운동 성격이 짙은 경향이 있다. 목회현장은 현재 “세속경영 기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오늘날 교회들이 직면한 당연한 결과”라고 현실개혁 주창그룹과 “생명공동체로서의 본질을 간직하는 교회를 세속적인 기준으로 개혁해서는 안된다”는 대안개혁 그룹 등 두 부류로 급속하게 나누어지는 예상 밖의 결과에 직면해 있다. 교회를 조직체로 보느냐 유기체로 보느냐 혹은 기업체로 보느냐 공동체로 보느냐에 따라 갱신운동 양상도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신대 신대원 정훈택교수의 생각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간세계의 상식, 어려서부터 익혀온 버릇, 관습, 도덕, 사회적인 법과 이를 근거로 움직이는 인간의 양심을 사용하여 교회의 문제를 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른바 세상의 눈으로 기대하는 교회상은 바른 교회를 약속할 수 없다. 교회의 성숙이나 개혁의 문제에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우리가 이것을 기준으로 바른 교회 내지 교회다운 교회를 정립하려하면 교회를 세속적 집단의 하나로 전락시키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말 것이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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