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포용의 정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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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포용의 정신 아쉽다”
  • 승인 200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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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볼수록 답답하고 안타깝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 사회적 기류가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더니 그 결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 편만한 집단이기주의와 양극화와 불신이 결국 오늘의 혼란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것들을 포용하고 수준 높은 대화와 타협의 방식으로 통합을 지향하는 것인데 우리는 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이대로 가다가는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4.15 총선도 희망을 투표하는 축제가 되기보다는 감정적인 대결이 벌이지는 불행한 날이 될 까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 장본인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만은 아니다. 저들을 선출하고 편을 든 우리 모두가 그 장본인들이고 삶의 본과 포용과 연합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한 우리 교회의 지도자들이 그 장본인들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가 ‘내 탓’임을 인정하고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 나와 다른 상대방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미움과 증오를 버리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용서와 사랑의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대결(폭력)의 방법으로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뿐 정치 사회 경제적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친 분노나 좌절이나 허탈감은 금물이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좌절이 내일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후퇴가 내일의 발전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집을 짓고 보존하는 중요한 개체들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집을 짓는 존재이다. 가정의 집도 짓고 교회의 집도 짓고 회사의 집도 짓고 인생의 집도 짓는다. 그런데 인간이 당면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 중의 하나는 자기가 지은 집이 무너지는 일일 것이다. 지은 집이 무너진다면 자기는 물론 다른 사람까지도 불행하게 만들게 되므로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큰 죄가 된다.

이제 우리는 모두 모래 위가 아니라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모래 위냐 반석 위냐는, 행함이 있는 믿음이냐 아니냐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행함’은 ‘착한 행실’ 곧 ‘사랑’을 의미한다. ‘착함’이란 자기를 희생하므로 다른 이를 도와주고 유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마음과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약 2:17)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교회는 ‘착한 행실’, 즉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을 상실한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크게 회개해야 할 것이다. 용서와 사랑이 없이 화해와 협력이 없이 그리고 자기 희생이 없이 집을 든든하게 세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나라가 당면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사랑과 용서, 대화와 포용, 그리고 자기 희생의 정신으로 이 사회와 나라의 집을 굳건히 세우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집단 이기주의와 증오와 대결이 극심한 이 시대에 조만식 장로 등 우리 선배들이 보여준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의 정신을, 용서와 포용의 정신을, 그리고 자기를 죽이는 희생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명혁목사·강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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