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면 목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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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목회해~~!"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5.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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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⑮

부천 정금교회 이태국 목사님과 오랜만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태국 목사님이 하루는 둥글레차를 끓여 전도를 하러 나갔는데 약간 술에 취한 남자 분이 다가와서는 “아 저 그 뭐냐 오정경찰서 앞에 그 교회 다니는 권사가 얼마나 악착같이 교회에 나가자고 하는지 그 교회에 한번 갔습니다.”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 그러세요. 좋은 교회입니다”라고 했더니 술 취한 분이 “근데요. 그 교회 목사님이 얼마나 무서운지 혼났습니다”고 해서, 둘이서 깔깔깔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무섭게 한 적이 없는 데 말이지요.

우리 교회 정순애 전도사님과 교구 식구들과 함께 요양병원 심방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경제적 형편이 참 어려웠는데 그간 사정이 많이 나아졌고, 게다가 어머니를 얼마나 극진히 모시던지 제가 참 고마웠습니다.  

“장하고 고맙다”고 했더니, 그 성도가 하는 말이 “제가 어려울 때 목사님이 하셨던 설교 말씀이 끈이 되어서 저를 지금까지 오게 했다”고 하면서, “제가 더 잘할게요.”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그 성도에게 별로 잘해준 기억이 없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 미안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한번은 어느 성도가 “목사님!  우리 남편이 목사님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아세요?” 하는 겁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교회에 오면 꼭 목사님이 자기 이야기만 하더라는 겁니다. 제가 목사님께 일러바쳐서 목사님이 설교 시간만 되면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목사님이 자기 이야기를 해서, 두 부부가 언쟁이 있었는데, 남편이 가만히 생각하니 그게 아니라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아내가 목사님에게 무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는데, 목사님이 어떻게 알고 내 이야기를 하시지? 하면서 스스로 오해를 풀어냈다고 합니다. 부부는 그 때를 생각하면 깔깔 웃는다고 합니다. 
어릴 적 교회를 다니다 그만두고 우리 교회 집사님의 전도로 교회를 다시 오게 된 성도가 있었습니다. 역시 그 성도도 설교 시간 내내 목사님이 자기 이야기만 해서 눈물도 나고 창피하기도 해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무슨 눈물이 처음부터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전하는 말씀에 은혜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똑같은 말씀에 상처를 받기도 하거든요. 똑같은 성령의 인도함을 받은 베드로의 설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돌아오는데, 스데반의 설교에는 상처 받고 도리어 돌로 쳐서 죽이기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 때문에 목회는 감격과 감동과 상처가 함께 있다고들 합니다. 상처받고 우는 성도를 얼마든지 위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목회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해가 쌓여서 대립할 수도 있습니다. 영광과 상처가 함께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목회자의 자리입니다. 목회는요, 참 지루할 틈이 없는 게 분명합니다. “지루하면 목회해~~!”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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